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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30. 2020

<액트 오브 킬링>(2013)

조슈아 오펜하이머

[학살은 있으나 책임은 없는... 그래서 현재 진행형인...]


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 군은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추대받으며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의 ‘위대한’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인간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충격의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에 대해 네이버에 소개된 글)


미군이 인도네시아의 반공주의 장교들과 광범위한 접촉을 유지하면서 무기 및 재정 지원을 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CIA는 자신들이 학살에 능동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미국이 인도네시아 죽음의 부대들에게 대량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넘겨줬음이 밝혀졌다. CIA의 극비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학살을 “1930년대 소련의 대숙청,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의 대량살인, 1950년대 초 마오주의자들의 피바다와 함께 20세기 최악의 대량살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위키피디아)


1.

약 반세기 전 자신들의 학살 행위를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시위하며 기꺼이 재연 장면을 찍는 인간 백정들, 그들의 내면적 심리상태까지 쫓아 들어가는 치밀한 인터뷰와 편집이 돋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스스로 연기하면서 때론 웃고, 즐기고, 심각하고, 눈물 흘린다. 그러나 이 학살은 여전히 감추어져 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승리자는 여기서도 역시 미국이다. 영화의 첫 도입에 이러한 학살이 자행된 것은 서방국가들의 암묵적 지원 때문이라는 자막이 나오지만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다.


2.

ANONYM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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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난 후 크레디트 화면에는 많은 영화 제작 참여자들이 '익명'으로 표시된다. 학살이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준다. 영화 제작에 참여함으로 인해 받게 될 피해와 보복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이 다큐멘터리는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직접 묻지 못한다. 단지 학살자들이 미국 영화를 보고 흉내 내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주는 정도이다. 이들 학살자들에 의해 조직된 민병대는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조직으로 정부 관료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학살을 기반으로 권력을 잡은 수하르토가 1998년 반정부 시위로 몰락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답지 않게 이 영화에는 여러 차례 인위적으로 연출된 장면이 나온다. 거대한 물고기 입에서 핑크 빛 옷을 입은 무희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 장면은 영화 전편에 걸쳐서 여러 차례 삽입된다. 아마도 감독은 그 거대한 물고기로 미국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BBC 선정 21세기 최고 영화 15위

영국영화협회 선정 역대 다큐멘터리 1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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