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권째를 읽고
한강은 아직
진짜 쓰고픈 글을
쓰지 않았다
그가 그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그 글을 쓰는 순간
마지막 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미진 구석에 밀어 놓고는
늘 흘긋흘긋 훔쳐보면서도
못 본 척
눈길을 거둔다
그가 마지막 글을 쓴 후에는
그 글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갈 것이다
사뿐하고 무겁게
가녀려서 슬픈 그의 목소리처럼
영화와 미술로 생을 흡수하고, 무의식으로 생을 탐닉하며, 합리성으로 생의 방벽을 구축한다. 불현듯 '무(無)'에 마주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