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 감독의 1987년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근 30년만에 다시 보았다. 언제고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휴~ 30년이 흐르다니.
이 영화의 극본은 빔 벤더스 감독과 피터 한트케가 공동으로 썼지만 거의 피터 한트케 작품이랄 수 있다. 게다가 발터 벤야민의 철학이 짙게 깔려 있다.
영화에서 여러 차례 나뉘어서 낭독되는 한트케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어린 시절의 노래
- 페터 한트케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팔을 축 늘어뜨린 채 걸었고,
시냇물이 강이기를,
강은 더 큰 강이기를,
그리고 이 길 웅덩이에 괸 물은 바다이기를 바랐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아이인 것을,
아이에게 모든 것에는 혼이 담겨 있었고,
그리고 모든 혼들은 하나였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어떤 견해도 없었고,
어떤 습관도 없었다,
종종 책상다리를 하고 앉기도 하고
갑자기 달려 나오기도 했다.
뒤엉킨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사진을 찍을 때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곤 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나는 여기에 있고, 저기에 있지 않을까?
언제 시간은 시작되고, 어디에서 우주는 끝나나?
태양 아래 삶은 단지 꿈이 아닐까?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은
단지 이 세상 이전의 어떤 세상의 빛이 아닐까?
실제로 악이라는 것이 있고,
정말로 악한 사람들이 있을까?
어떻게 해서 지금의 내가 생겨나기 이전에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언젠가
더는 내가 아닌 것이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시금치를, 완두콩을, 우유 밥을,
찐 꽃 배추를 억지로 먹었다.
지금은 거리낌 없이 모두 다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언젠가 낯선 침대에서 눈을 떴다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깬다,
아이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였는데
지금은 가끔만 그렇다,
아이였을 때 천국을 선명하게 그렸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아이였을 때 공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공허가 두려워 몸을 떤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열광하며 놀았다
지금도, 그 때처럼 일에 매우 열중한다, 단지,
그 일이 자기 일(=직업)일 때에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에게 양식으로서 사과와 빵이면 충분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손 안에 담을 만큼만 딸기를 땄고
지금도 여전하다,
신선한 호두는 아이의 혀를 거칠게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아이는 모든 산 위에서
항상 더 높은 산을 향한 동경을,
모든 도시에서
더 큰 도시를 향한 동경을 품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렇다,
환희 속에서 나무 가장 높은 곳의 버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늘날도 여전히 그렇듯이,
모든 낯선 이 앞에서 수줍어했고,
지금도 여전히 수줍어한다.
첫 눈을 기다렸고,
지금도 여전히 기다린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아이는 막대기를 창처럼 나무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 그 창은 오늘도 여전히 거기에 박혀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