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것은 오로지 내가 요즘 한강의 작품을 열심히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꿈에서 나는 한강의 집을 방문했다.
왜? 어떻게? 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집은 단층집 가옥이었고 제법 넓었다.
집은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저분하지도 않았다.
한강을 만났지만 어떤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어쩌면 대화는 했는데 꿈에서 깨어난 후에 기억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약간 을씨년스러웠다.
한강은 딱히 반갑게 맞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냉담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로 다음 날 꿈에서도 나는 그 집을 방문했다.
똑같은 집이었다.
역시 나는 한강과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40년 전쯤에 알던 여자분이 그 집에 함께 살고 있었다.
그분과는 친했었기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이 이상한 꿈에서 느낀 한강의 분위기는 딱 <검은 사슴>에 나오는 주인공 인영에 대한 묘사와 일치했다.
인영은 한강의 분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책의 156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진정으로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인영이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사귀어둔다는 식의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 바로 그 담백함 때문에 인영에게는 적이 없었다. 반면 인영에게는 친한 친구도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꾸나 반박 없이 조용히 들어주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으며, 가지고 있던 의견을 쉽사리 바꾸는 눈치도 아니었다. 그녀는 언뜻 보기에만 무난하여 사회생활을 원만히 해나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자신의 영역을 과하게 침범하거나 속물적인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가차 없이 상대와의 끈을 자른 뒤 멀리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 묘사는 한강 자신에 대한 묘사일 것으로 보인다.
나의 꿈에 나타난 한강의 모습도 바로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한강의 일면일 뿐일 것이다.
이런 면만 있었다면 <검은 사슴>의 주인공 인영처럼 잡지사 기자는 잘했을지 몰라도 소설가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