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끝내 정갈하지 못할 때
주어가 술어까지 가다가 길을 잊었을 때
마음이 울퉁불퉁, 한 곳엔 구멍이 났을 때
수 억의 시냅스가 신호를 주고받지만
온전한 의미 앞에서 바스러질 때
내가 나와 소통하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겐 닿기를 바랄 때
그럴 때 손가락이
자판 위를 무작정 두드리는 것
영화와 미술로 생을 흡수하고, 무의식으로 생을 탐닉하며, 합리성으로 생의 방벽을 구축한다. 불현듯 '무(無)'에 마주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