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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불꽃놀이>(2006)

아쉬가르 파라디

아쉬가르 파라디의 2011년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가 온갖 영화제를 휩쓸며 영화인들을 깜짝 놀래킨 뒤 다시 5년 후 <세일즈맨>이 그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자 사람들은 그의 이전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럽에서도 <어바웃 엘리>와 <불꽃놀이>가 더 늦게 개봉되었다.


나도 그 라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오늘 2006년 영화 <불꽃놀이>를 조금 후진 화질로 보았다. 다행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기에 온전한 자막이 있는 듯하다. 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의 작품이지만 이미 완성도는 이후의 작품을 능가했다. 로튼토마토 100%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대충의 스토리만 접하면 한국의 드라마와 비슷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교한 구성과 과장 없는 대사, 밀도있는 연출, 그리고 확고한 주제의식은 차원을 달리 한다. 주인공들의 심리와 감성을 예리하게 파헤치지만 차갑고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절묘하게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그의 영화를 '미스터리' 영화로 분류하는 것도 좀 웃기긴하지만 이해할만 하다.


그는 이란 중산층 사회의 젠더와 가족문제에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메스를 댄다. 근대성(modernity)과 조화되지 못하는 전통적 가족관계에 의문을 던지며 거기서 파생되는 아픔을 슬며시 품어준다.


근대성과 분절된 가족관계로 인해 온갖 사회문제(높은 이혼율,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독신, 그럼에도 세계 최하인 비혼자녀 비율, 그로인한 인구절벽 등)를 파생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엔 이런 비판적 성찰은 없고 문제를 끊임없이 더 악화시키는 막장드라마만 설쳐대고 있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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