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겡끼데스카. 와따시와 겡끼데스."
한때 제법 유행하던 말이다.
1995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인상적인 대사 혹은 외침이었다.
영화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지만 인위적이고 판타스틱한 사랑이야기는 나의 취향이 아닌지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오직 이 대사 때문이다.
"잘 지내시나요? 저도 잘 지내요."
이 평범한 대사는 '너무나' 평범하기에 비범한 전율의 대사가 된다.
너무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쩌면 죽기 전에 다시는 못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추억의 긴 그림자는 어딜가든 늘 따라다닌다.
아마도 대부분 이런 사람을 한 명쯤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죽기 전에 그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또는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 수 많은 추억과, 수십년을 건너 뛴 공백기간의 별처럼 많은 이야기를 모두 잊어버리고 딱 한마디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지내셨나요? 저도 잘 지냈어요."
이 평범한 대사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혹은 아무 것도 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를 주고 받고 또 각자의 길을 갈 것이다.
때로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삶을 비수처럼 찌르지만 흘러내린 피는 곧 굳어버리고 상처는 씻은 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