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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 Oct 03. 2020

"네가 참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무릇

현인이든 철인이든

동서고금의 가르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라면

모름지기

따르기가 무척이나 힘든,

어쩌면 거의 어려운,

귀에 인이 박히게 들어도

실생활에선 개무시되는,

그런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중 우뚝 솟은 하나가

"너 자신을 알라", 는 것이다.

다양한 변주 형태로

내로라하는 선생급의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그것도 오부지게 힘주어서 말한다.


그리고

좀 차분히 생각해보는 사람이라면

이게 정말로 모질게도 힘든 일임을

고백하게 된다.


이런 내면적 추상적인거 말고도

정말 왠만큼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면

다들 공통적으로 절절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 는 것이거늘

이런 분명한 실천의 가르침도

때론 일평생 몸소 보여주는 것조차도

결국엔 사막에 물붓기로 끝나버린다.


그러한지라

반복되는, 무게있는, 절절한, 피를 토하는 가르침은 모두 

왱간해선 따르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모든 가르침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랑하라", 는 것인데

흔히들 이 가르침만은 만만하게 여겨

삶 속에 늘 엉겨붙어 있는

그 어떤 감정적 상태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 많은 가르침에 하릴없이

사랑이 꼭 큰 자리를 차지할 리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봄직하다.


아. 그거야...

아가페 뭐 그렁거가 어려운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넘쳐서 고민스러워 하는

자식 사랑이나

틈만 나면 쉽게 튀어나오는

연인간의 사랑

바로 그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면

어쩌겠는가, 생각해본다.


그러니

위 두 가르침을 결합해서

우리에게 남겨주는

가장 고난이도의 숙제는

"너는 사랑하고 있는가", 이다.


좀 풀어서 말하면...

"네 입에서 나불거리고, 

네 가슴에서 화끈거리고, 

네 머리가 몽롱해지는 

대략 사랑으로 퉁쳐지는 그것, 

거기에 때로는 몸과 마음을 헌신하는 것까지 다 포함해서... 

그게 정말 사랑일까",

에 답하는 것이다.


사실 답을 말하기는 쉽다.

"내 사랑은 진짜 사랑이에요."라는 답을 한다면

그것은 99%의 사람들이 선택한 안정적인 답이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왠만해선 그럴 일이 없겠지만)

나머지 1% 사람의

"나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는 고백에 담긴 절절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쩌면 제대로 사태 파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그동안 "사랑이라는 이름"을 행주처럼 편하게 사용하면서 집착, 의존, 속박, 지배, 욕망, 질시, 자기기만, 자기과시, 유혹과 희롱 등등 안티러브에 포함되는 모든 괴물로 섞어찌게를 끓여먹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제대로 안될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늘 곁에 두어어야 할 

최고의 가르침은

"네가 참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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