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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양 Aug 10. 2015

공순이를 꿈꾸는 그대에게

여성복 디자이너가 국세공무원이 된 까닭은?

SCENE #1
2015년 4월 18일.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이 있었다. 9년 전인 2006년엔 수험생 신분으로 시험장에 들어갔었는데 이렇게 시험장에 다시 올 줄은 몰랐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날은 결전을 앞둔 수험생이 아니라 감독관이었다는 것뿐. 학교도 그대로였고 헐렁한 옷차림에 종종 걸음으로 입장하는 수험생들의 풍경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3,700명 선발에 90,987명이 지원을 해서 경쟁률은 51.6:1이라고 하니 한 반 30명 중에 1명이 합격을 할까 말까한 상황이다. 오늘 감독하는 이 반에서는 누가 그 영광을 차지할까. 수험생의 얼굴을 하나 하나 살펴보았다. 저마다 절박한 사정으로 시험을 준비해서 이 자리까지 왔을테니 가장 절박한 순서대로 합격 시키기도 어려울 듯하다. 승자는 단 한명. 나머지는 기약없는 마라톤을 계속 뛰어야 한다.

SCENE #2
우리청 익명게시판에 4개월차 신규직원이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올렸다.  선배들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다른 직렬 시험을 치든지 공부해서 다른 길을 모색하라는 진심어린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년간 힘들게 공부했을텐데 정작 공무원이 되고 보니 이 길이 아닌가 싶은가보다.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딨냐고, 그냥 참고 살면 괜찮아진다고들 하지만, 괴로움을 참고 꾸역꾸역 살아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데. 그러려고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건 아니지 않은가.

한두번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늘 긴장된다

취업준비생 세 명 중 한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도 장래희망으로 공무원을 꼽는다고 하니 놀랄 일도 아니다. 그만큼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도 하거니와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스펙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필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으니 개천 출신 용은 못되더라도 도롱뇽 정도는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남들이 입을 모아 좋은 직업이라고 한다고 해서 나에게도 반드시 좋은 직업인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이 진정 자신의 꿈이었는지, 자기 적성에도 맞고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는지 수험생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월급 마약을 맞아가며 60세까지 보람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해야하는 삶을 살고 싶은가?

현직 국세공무원 6급 8호봉.
전직은 의외로 여성복 디자이너이다.
불안정한 직장을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알아보는 직딩들, 평생 직장에 입사하겠다는 꿈을 품은 취준생들에게 그들보다 내가 먼저 겪었던 시행착오와 먼 길을 돌아돌아 도착한 공직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깨알같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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