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양 Aug 19. 2015

리셉션 알바, 세무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다

공순이를 꿈꾸는 그대에게, 다섯번째 이야기

세무사 시험 합격 후의 고민들

세무사 시험에 합격하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줄 알았다. 고생 끝 행복 시작? 천만의 말씀이었다.

일단 시험 준비 시작할 때 자신했었던 S회계법인 입사에 차질이 있었다. 1년에 회계사가 1천명씩 배출되다보니 큰 회계법인들이 더이상 수습 세무사를 뽑지 않고 회계사가 세무업무까지 맡아서 하게 되었다. (세무사는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주는데 6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야 개업을 할 수 있다.) 

수습 세무사 채용 공고를 보고 문의 전화를 해보니 6개월간 매달 50만원의 급여를 받고 세금 신고 기간에 약간 더 받을 뿐 고용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빠도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한달에 50만원이라니!

이러려고 지난 1년 8개월간 그렇게 고생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물론 박봉의 수습 기간을 마치면 어디에선가 채용하고자 하는 곳도 있을테지만 경력 적은 세무사 연봉이 생각보다 낮은 것도 충격이었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엉뚱한 고생을 한건가 싶었다. 주위에는 이 상황에 대해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도 없었고 나는 또다시 길을 잃었다. 

세무사 수험생들이 많이 가입해있는 카페 게시판에 선배 수험생이 조언을 남겼는데 당장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할 것이 아니라면 수습 세무사 자리를 알아보지 말고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세무사는 영업을 잘 해야 하는데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20대 여성이 개업하기란 쉽지 않으니 세무공무원이 되어서 경력과 인맥을 쌓아 나중에 개업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했다. 또한 세무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 5점을 얻을 수 있으니 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도 쉽다는 얘기였다.
앞이 깜깜했다. 이제 공부는 더이상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또 공부를 해야한다니.


산넘어 또 산... 인생은 괴롭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또다시 공무원 시험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공무원시험 수험생 카페에 가입해서 시험 준비 방법을 파악하고 추천 수험서를 주문했다. 마침 외국계 보험회사의 안내데스크에서 오후에만 일하는 파트타임 자리를 구하게 되어서 오전에는 집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회사에 출근했다. 하는 일은 안내데스크에 앉아 있다가 손님 오시면 직원분에게 알려주기, 택배 받기, 대표전화 받아서 전화 돌려주기 정도.


일이 바쁜 편이 아니어서 회사 측에서도 수험생을 선호했고, 일하는 동안에도 짬짬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힘으로 책은 사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1년 4개월 정도 근무하면서 전화응대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경험이 나중에 공무원으로서 민원인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2005년 10월. 나는 N보험회사 리셉션 알바이자 또다시 공무원 수험생이 되었다. 직장인은 휴일이라도 있다지만 365일 쉬는 날이 없는 수험생 생활은 언제쯤 끝이 나는 걸까. 지긋지긋했다.


나홀로 수험생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

공무원은 크게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나뉜다. 공무원 하면 쉽게 떠올리는 주민센터 직원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지방직에도 세무과가 있어서 지방소득세나 취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업무를 담당한다. 

국가직 공무원은 직렬별로 구분해서 뽑는데 보통 일반행정직을 많이 준비한다. 세무공무원, 정확히 말해서 국세공무원은 세무직렬인데 다른 직렬에 비해 시험 과목이 약간 다르고 9급과 7급도 시험 과목이 차이가 있다. (정확한 과목은 사이버국가고시센터 http://www.gosi.g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시험을 준비했던 2005년에는 세무직렬 9급 필수 과목이 회계학과 세법개론이었는데 지금은 그 두 과목 외에 사회, 과학, 수학, 행정학개론 6과목 중에서 2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본다. 요즘 수험생은 회계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회계학과 세법 대신 다른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본다고 하는데 국세공무원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계학과 세법을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국세공무원으로 채용되면 12주의 교육을 받게 되지만 그것만으로 복잡한 세무 행정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본인이 힘들고 그렇게 되면 어렵게 합격했어도 일을 그만두고 싶어 하게 된다. 회계학과 세법을 공부하기 싫다면 세무직렬 대신 일반행정직이나 다른 직렬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힘들게 합격해서는 못해먹겠다고 때려치울 수도 없지 않은가!)


과목별 공부 전략

9급 세무직 시험은 국어, 국사, 영어, 회계학, 세법이고 7급은 여기에 경제학과 헌법이 추가된다. 7급을 기준으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2006년 4월에 보는 9급 시험과 7월에 보는 7급 시험 두번 다 응시하려고 했다. 

회계학과 세법은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공부했기 때문에 기출문제만 풀면서 감각을 잃지 않고자 했다. 다른 과목은 수험생 카페에서 추천하는 수험서로  과목당 1권씩 사서 여러번 반복했다. 영어는 세무사 시험때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풀고 나서 소리내어 읽고 해리포터 영어 오디오북을 틈나는대로 들었다. 

수험생 카페 자료실에 올려져있던 각종 기출문제들을 출력해서 풀어보고 틀린 문제만 모아서 몇 번 더 풀어보았다. 문제를 풀 때에는 몇개를 맞췄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틀린 지문은 맞게 고쳐보고 그 문제가 왜 틀린지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제대로 공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공무원 학원마다 종종 유료 모의고사를 실시하는데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두어번 신청해서 응시했다. 나홀로 수험생이라면 꼭 챙겨서 응시하는 것이 좋겠다. 



가산점 놓치지 않기

공무원 시험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가산점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세무사나 회계사, 변호사가 세무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 5점이라는 큰 가산점을 받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하다. 그 외에도 정보처리기사, 사무자동화산업기사 등은 자격증 종류에 따라 가산점이 다르다. 2년 후부터는 가산점을 없엔다고 하던데 잘 알아보고 준비하길 바란다. 내가 시험볼 때에는 정보처리기사가 3점, 사무자동화산업기사가 2점이었는데 보다 쉽게 딸 수 있는 사무자동화산업기사를 준비해서 시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응시했다.



수험생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내가 처음 살사 댄스와 탱고를 접한 것은 한창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던 2003년 여름이었다. 본격적으로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전업 수험생 시절에는 금요일 저녁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나서 꽃단장을 하고 살사바에 가서 불금을 보냈다. 토요일 저녁에는 탱고 강습을 받고 춤을 추고 뒤풀이에서 놀다가 마지막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밤에 출근하는 나가요 아가씨같은 생활이었지만 나에게는 유일한 사회생활이었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시간이었으며 기약없는 수험 생활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합창단 연습에 갔다. 고등학생 때 노래선교단을 해서 배운 도둑질이 합창 뿐이라 대학교에서 학부 합창단을 했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졸업생 합창단을 했다. 1년에 한 두 번 하는 정기공연에도 참여했고 엠티도 따라갔다. 


무려 예술의 전당에서 했던 OB합창단 정기공연
울 학교 학부생 합창단 단복은 손씻고 새사람 될 무렵 마지막으로 디자인한 내 작품이다.


'내가 이렇게 놀아도 괜찮은 건가' 싶을 때도 있지만 먼저 놀고 나서 그 죄책감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했다. 춤과 합창 덕분에 남루한 내 청춘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다. 


2006년 4월, 벚꽃이 한창이던 봄날 9급 국가공무원 공개 채용 시험을 봤고 무더운 8월 어느날 7급 시험을 봤다.

몇 달 후 합격자 명단에서 내 수험번호를 발견하고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대책없이 면접을 맞이했다.


To be continued...

이전 04화 독학으로 세무사 시험 합격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