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스승이 있나요?

나의 스승, 시간

by 마린


내 인생의 스승은 언제나 ‘시간’이었다.
나는 계절을 유난히 사랑한다.
봄의 바람, 여름의 물결, 가을의 빛, 겨울의 고요 —
그 안에서 나는 늘 나를 발견해왔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페달을 밟을 때의 씩씩함,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갈 때의 스릴,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 피부에 닿는 온도,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감각.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살아 있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익숙한 길 위에서 나는 갑자기 하늘로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그날 이후 자전거는 다시 만나지 못한 계절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몸의 통증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두려움은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고
나는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2025년 5월의 어느 아침.
부산 시내버스 파업으로 길이 막혀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
정장 바지에 운동화, 귀에는 이어폰 —
사람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하루를 걸어가고 있었다.

햇살은 근사했고, 공기에는 은은한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그때 길가에서 노란 카카오 바이크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곳, 내가 넘어졌던 바로 그 길 위에서였다.

나를 잡아끄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이게 두려움일까, 아니면 초대일까.

잠시 서 있다가, 봄이 건네는 응원이라 믿고
조심스레 안장 위에 올랐다.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처음엔 손이 떨렸고
바람을 가르는 순간마다 겁이 올라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오직 나만의 속도로 달려 보기로 했다.

여러 자전거가 내 곁을 지나쳤지만,
나는 나에게 맞는 속도에만 집중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용기, 그 용기에 맞는 속도로.

풍경이 스쳐가고, 가슴은 찌르르했고, 코끝이 시큰했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손에는 땀이 맺혔지만
입가에는 오래간만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드디어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사고 이후 몇 번의 봄이 지나갔고
이번 봄은 비로소 나를 다시 허락해주었다.


돌이켜보면, 시간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
좋은 책도 많고 훌륭한 강연도 넘치지만
시간은 그 어떤 말보다 정직하게 나를 성장시켰다.

때가 되어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때의 고통도, 기다림의 이유도.

성급하게 다시 자전거에 오르려 했다면
나는 아마 지금도 두려움 속을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은 말없이 가르친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힘을 건넨다.


시간은 늘 정직했다.
그 안에서 나는 배우고, 자라고, 천천히 치유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나에게 가장 큰 스승은 변함없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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