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플렉스

by 마린

우리 아파트 정문에 정말 맛있는 붕어빵 집이 생겼다.

입소문이 나서 옆 동네에서도 사러 온다고 한다.


집이랑 가까워서 무척 좋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붕어빵집의 간헐적 영업.

붕어빵 사먹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아무래도 본업이 따로 있는 듯한 사장님은

아주 가끔, 예고 없이 모습을 드러내신다.

점점 봄은 다가오고

붕어빵을 먹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나는 괜히 초조해졌다.


안타깝게도 어제도, 그저께도 문은 닫혀 있었다.

아쉬움이 쌓이던 차에

드디어 오늘, 사장님이 나타났다.


그동안 못 먹은 서러움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나는 붕어빵 열 마리를 샀다.

붕어빵계의 큰손.


팥과 슈크림 각 한봉지씩.

양손 가득 들고 오는 길,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혹시 이게 사장님의 영업 전략일까.

자주 안 열어서 더 간절하게 만드는 방식.

합리적인 의심이 스쳤다.


오늘은 붕어빵으로 배 채우는 날.

한동안 생각도 안 날 만큼 먹고 나니

역시 뭐든 조금 아쉬워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청 추운 날, 품에 안고 먹는 뜨끈한 붕어빵.

조금씩 아껴 먹는 재미.

그게 붕어빵의 맛이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붕어빵 플렉스로 소원풀이 완료.

기분 좋은 3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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