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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귤레귤레 (2025)

인디서울 2025 (독립영화공공상영회) 덕분에 공짜로 얻은 감수성

by Cho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이 있다.

종종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독립 영화를 상영해 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딱히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영화 포스터는 없었던 터라, 매번 직접 영화를 보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영화 포스터를 봤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자고 결심을 했던 터였다. 배우 이희준, 서예화, 신민재, 정춘 등이 출연한 영화 귤레귤레 (2025) 였다. 제목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터키어로 '안녕(Bye)'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귤레귤레.jpg 영화 귤레귤레 (2025)


동네 도서관 5층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담당자는 곰플레이어를 통해 영화를 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


Gule-Gule (귤레귤레).jpg


영화를 상영할 준비를 마친 뒤, 담당자는 짤막하게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영화 귤레귤레 (2025)는 독립 영화입니다. CGV나 메가박스 같은 대형 극장에서는 독립 영화가 설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동네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통해 시민들과 자주 만나고 있어요. 본 영화에는 저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배우 이희준님도 나옵니다. 재밌는 관람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생과 사랑, 방황, 후회,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

영화 마지막쯤 배우 서예화가 떠오르는 열기구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에서는 나 또한 눈물을 흘렸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어떤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대형 극장에 걸리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어떤 드라마 장르의 영화는 이렇게 동네 도서관에서 상영되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동네 도서관에서 상영이 되면 나 같은 동네 주민에게는 땡큐다.

이 정도 퀄리티의 영화를 공짜로 보며, 공짜로 감수성을 채우고, 이렇게 감상문을 끄적일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디서울 2025 (독립영화공공상영회) 담당자의 인사말이 '무겁게' 들리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


본인의 위치에서 충분히 다른 상업 영화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배우 이희준이 참 대단해 보였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2002)와 같은 영화를 찍고 싶어 본 영화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다른 영화였다. 그냥 다른, 두 명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소한 로코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영화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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