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 일화제약 시 공모전 당선작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엄마의 1980년대 초 일화제약 시 공모전 당선작을 소개한다.
엄마 고3 때,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상상하며, 일화제약 시 공모전에 다음 작품을 제출했고, 당선되어 (1) 일화제약 쌍화탕 (액체 아닌 고체 형태) 한 보따리를 사은품으로, 또 (2) 소정의 원고료까지 받으셨다고 한다. 역시 국어국문학 전공자답다.
엄마의 시는 너무 생생해서 내가 한동안 마음 한 구석에 처박아뒀던 경험들을 눈앞에 선명하게 재현했다. 나의 경험들은 30대에 벌어졌는데, 엄마의 시는 고작 짝사랑을 '상상'하는 수준에 그쳤던 어느 고3의 솜씨의 결과물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감히 재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양 은 엽
그가 내게서 떠나고
내가 그를 포기한 날들이 수천 날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하나의 상념이 수천가지의 활화산같은
열정으로 피어나는 내 사랑이어라
그를 만나기 전 아득한 옛날부터
그에게서 떠나고 싶지 않았던 순정은
부질없는 내 사랑이었던가.
그가 내게 남긴 의미는 무엇인가
떠나야 하는 숙명속에서도 떠나지 못해
애처러이 가슴만 태우는 마음
그가 내게서 떠나갔지만
그를 잊지못하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인가.
이제는 그와의 만남을
추억으로 남겨두자
그에게 보냈던 뜨거운 갈채가
부끄러움없는 내 진실이었던 것처럼
그를 부끄러움 없이 포기할 수 있도록
(전북 남원시 하정동 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