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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금나비 Aug 06. 2024

위하는 욕심

2018년 여름에 동대문패션비즈센터에서 리폼교육을 받았다. 미싱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나를 위해 목돈을 쓰는 건 아까웠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무료로 의복을 리폼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다. 1순위가 아니어서 안 될 거로 생각했는데, 선정돼서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느질의 종류에 따라 꿰매는 방법을 배웠고 그다음에 기초 미싱을 배웠다. 미싱에 실 끼우는 방법에서부터 직선, 곡선 박기를 배우고 간단한 파우치를 만들어 지퍼를 다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치수 재는 것과 옷본을 천에 놓고 초크로 그려서 자른 뒤 미싱으로 박는 것도 배웠다.


나는 교육 과정을 마치고 미싱을 구입해서 파우치와 간단한 시장 가방을 만들거나 바짓단을 수선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옷을 리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주일에 2번 가는 3개월 과정 동안 모든 걸 소화하기란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속에서 버킷리스트처럼 한 가지 소원을 이룬 것 같아서 그것에 만족하려고 한다.

안 해보고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적성에 안 맞다는 걸 발견한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장 속에 미싱은 숨겨 있다가 바짓단 줄일 때나 침대보에 실밥이 풀리면 박는 용으로 가끔 사용하고 있다.  



   

교육을 받으며 인간관계에서 느낀 점이 있는데, 어떤 60대 후반 할머니의 행동을 보고서다. 처음엔 그분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고 못마땅했는데, 그분과 대화를 하면서 내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분은 정말 젊은 40~50대 아줌마들보다 열심히 배우셨다. 그 점은 좋았지만 배울 때 사용하는 물품의 개수가 정해져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거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그날 사용하고 남은 물품이 생겨서 “필요한 분?”하고 물으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물론 우리를 교육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물품은 늘 넉넉했다. 나는 더 가져가고 싶어도 미안해서 못 가져가는데….

‘저 할머니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아! 나이도 제일 많으시면서.’

라고 나는 생각하며 할머니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할머니와 같이 걷게 되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열심히 교육받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인다고 칭찬을 하면서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할머니, 교육받을 때 센터에서 주는 거 가지고도 충분히 실습할 수 있는데, 몇 개 더 가져가시는 걸 봤어요. 물품이 더 필요하세요?”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난 손녀 만들어 주는 게 좋아. 내가 여기서 배운 파우치로 손녀 만들어 주고, 같이 놀러 온 손녀 친구들 만들어 주니까 얼마나 좋아하는데. 난 주는 게 기쁨이야!”

나는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서 욕심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손녀와 손녀 친구들을 위해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니까 할머니의 행동이 예뻐 보였다. 할머니 머릿속에는 아이들이 할머니가 만들어 준 소품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나는 그분을 통해서 남을 위해 더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는 얼마든지 가져가도 된다는 걸 느꼈다.


욕심도 남을 위한 것이면 무한히 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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