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코로나로 겸사겸사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잡았던 숙소도 취소를 시켰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에 가기로 해서 부푼 마음을 안고 있던 세 아이들의 불평불만이 시작되었고, 나는 서울 근교에 바닷가가 있는 곳을 물색했다. 그날에 무조건 바다로 가야 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었나 보다.
서울 근교의 바닷가를 검색하던 중 대부도 방아머리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왔다. 막내가 다니는 학원에 이미 여행을 가겠다고 얘기한 상태라 날짜를 바꾸기 뭐 했고, 특히 막내가 실망하는 게 마음 걸려서 숙소를 부랴부랴 정했는데 그게 문제가 될 줄이야. 우리 가족은 1박도 못하고 펜션을 빠져나왔다!
“다시는 급하게 숙소 예약하지 마! 다음엔 나 빼고 가!”
“네, 알았어요.”
나는 남편에게 제대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처음 부산에 예약했던 숙소는 바로 환불이 돼서 대부도에 있는 숙소도 그런 줄 알았다. 내가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것과 아이들의 기분에 휘둘려서 2박 3일 여행이 당일여행이 되었다.
“오 마이 갓!”
나는 물건을 살 때처럼 당일 취소를 하면 모두 환불이 된다는 나만의 생각을 가졌다. 숙소 체크인 날짜 며칠 전부터 환불규정이 있는데, 꼼꼼히 보질 못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그리고 급박한 마음에 난 귀신에 홀린 마음에서 일을 처리한 것 같다. 오죽하면 도박을 하다가 후회한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가지에 꽂히면 다른 주변 상황을 볼 수 없다. 오직 한 목적을 위해 가는, 그날 바닷가에 간다는 목적! 그 목적은 이루었는데, 그 외의 것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래도 서해 바닷가의 감성을 느끼고 온 것에 만족해야지...
대부도 바다머리해수욕장이 통창 아래로 보이는 펜션을 예약했는데, 큰딸이 후기를 검색해서 찾아보더니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다른 펜션을 예약했다. 거기서 내 도박 같은 숙소 예약을 끝내야 했는데, “아뿔싸!” 막내가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거였다. 막내가 고른 곳으로 다시 예약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줄줄이 몇 군데 예약했던 펜션에서 취소수수료가 부과 됐다.
여행 갈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하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힘든 잡념은 잊고 바비큐 파티를 상상하며 장도 보고 양파절임도 만들었다. 그리고 행운도 따라줬다, 여행 가기 이틀 전에 꿈을 꿨는데 그 꿈 때문인지 취소수수료가 한 군데 빼고 모두 환불이 되었다.
꿈에 어떤 건장한 남자분이 내 옆에 있었고 나는 통창으로 멋진 바다를 보고 있었다. 물보라를 보고 있는 여성의 흐뭇한 마음이 내 가슴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그 방에는 벽 두 군데에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에는 푸른 담쟁이덩굴이 메우고 있었는데 일부러 그렇게 만든 연출처럼 벽화라고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처음엔 벽에 뚫린 구멍 때문에 걱정했지만 덩굴이 메워주고 있어 안심이 되었다. 이 꿈이 행운의 꿈이 될 줄이야! 나는 이날, 취소한 곳에 취소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있는지 판매처와 숙소 사장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사정 얘기를 했는데 참작이 돼서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룰루랄라’
잊어버리려 한편에 두었던 바람 빠진 상념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훗날 1박도 못하고 돌아올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펜션으로 가는 과정과 가서도 그리고 돌아오는 길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 얘기를 다음 편에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