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리'가 아파요!
"오남이" 단편동화... 3
by 손금나비 에세이스트 Aug 17. 2024
다음 날 아침,
앞발가락이 다섯 개인 새끼 ‘오다리’가 케이지 모서리에서 혼자 몸을 옹크리고 있었다. 침대에서 내가 옹크리고 있을 때처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어미가 젖을 주지 않았을까? ‘꾸리’가 못 먹게 했을까?
‘태양이를 이 집에 데려오는 게 아니었어! 나도 오고 싶지 않았는데 태양이는 더 그랬겠지. 할머니도 그립고.’
아줌마는 식사 시간 때마다 동생이 있는 옆자리를 내 자리라고 비워뒀다. 나는 동생과 같이 밥 먹기가 싫다. 아빠가 없을 때도 그렇지만 아빠가 있을 때면 아빠 무릎에 앉아서 밥을 떠먹여 달라고 하는 동생이 정말 꼴 보기 싫다. 혼자 먹을 수 있으면서 아빠한테 먹여달라고 한다. 내가 다섯 살 때는 혼자서 먹었는데. 나는 아빠와 더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아줌마는 내가 좋아하는 반찬도 자주 해주고 동생보다 내 앞에 햄과 고기반찬을 가까이 놓아주지만 할머니가 해준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아빠는 더 맛있다고 늘 그러시지만 나는 늘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몇 숟갈 안 뜨고 일어날 때가 많았다. 밥 먹으라고 불러도 아줌마한테 알겠다고 하고 식사하러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나는 이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밖에서 군것질로 때울 때가 더 편했다.
아줌마는 한동안 신경을 썼지만 이제는 두 번 얘기해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 더는 밥 먹으라고 부르지 않는다. 할머니라면 내가 밥을 먹으러 나올 때까지 잔소리를 하거나, 나를 데리고 와서 식탁에 앉혀 놓고 할머니도 안 드시겠다고 하면 내가 안 먹을 수 없다. 나는 아줌마가 잔소리 안 하고, 아줌마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지금이 오히려 편하다.
그런데 ‘태양이’는 다르다. 자기 새끼인 ‘오다리’를 왜 돌보지 않은 거지? 자기가 아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꾸리’는 ‘오다리’가 아픈데도 어미젖을 잘 빨고 몸집도 두 배는 커 보였다. ‘오다리’도 젖을 잘 빨았는데, ‘꾸리’한테 물리고 차여도 찍찍대면서 절대 젖을 놓지 않아 보였는데...
나는 ‘오다리’를 케이지에서 꺼내 입을 벌리고 물을 조금 먹였다. ‘오다리’가 몸을 꿈틀거렸다. 나는 바나나를 작게 잘라서 입에 넣어줬다. 물을 먹고 힘이 났는지, 입을 오물거리며 천천히 먹었다. 그렇게 며칠간 나는 아줌마가 밖에 나갔을 때 부엌으로 나와 계란도 삶아서 먹이고, 동물병원에 가서 애완용 우유도 사가지고 와서 ‘오다리’에게 먹였다. ‘오다리’가 내 마음을 알고 차츰 몸에 살이 붙고 건강해졌다. 나는 매일 햄스터를 챙겨주는 게 이 집에서 유일한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