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머물다 간 자리는
언제나 까끌까끌했다
손바닥으로 쓸면,
적막한 모래가 묻어났다
그녀의 주머니에서 흐른 건지
그녀가 비빈 눈에서 떨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걸을 땐 말없이 서걱대다
바람 불 땐,
쉿 쉿 허한 소리가 났다
뭔가 비어있는 마른 고대(苦待)가
유리병 같은 몸에서 우우―
맴돌다 떠나는 소리도 났다
떠나는 소리 뒤에는 물처럼
촤르르 모래 차는 소리가 났다
그녀가 모래를 따라가는지
모래가 그녀를 따라가는지
한 몸인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