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또 벌거벗고 누워있네!”
동진은 오늘도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아버지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모래여인은 부자의 모습을 모래 필름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는 시간을 거슬러 노아와 함이 있는 곳으로 갔다
노아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벌거벗은 채 잠이 들었다
“부끄러워!”
노아 옆을 지나가던 함이 찌푸리며 말했다
함의 얘기를 들은 두 형은 뒷걸음질로 다가와
외투로 노아의 몸을 덮으려고 했다
“휘리릭―”
모래바람이 그들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함과 두 형이 바라본 공중에는 모래 영상이 펼쳐졌다
동진의 아버지가 벌거벗고 누워 있는데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도 웃으며 지나치고 있었다
“휘리릭―”
모래 영상이 흩어졌다
"동진이는 아버지가 부끄러웠을까요?"
모래여인이 혼란스러워하는 함에게 물었다
함이 생각할 틈도 없이,
머릿속에 있던 뱀이 입을 열었다
뱀은 하와에게 사과를 건넨 그 환상의 뱀이었다
“아버지가 부끄럽게 생각할까 봐, 덮어드리려 한 거예요!”
모래여인이 함의 몸을 모래로 덮어버렸다
“숨을 쉴 수 없어!”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뱀은
함의 머릿속에서 빠져나와, 한 형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모래 여인은 함의 몸으로 들어가 재빨리 그를 모래로 채웠다
함의 눈과 입에서 모래가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깨어나면 물어보세요.”
모래여인은 노아가 스스로 부끄러운지
함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제가 물어보지 않는 게 잘못인가요?”
“아버지와 다르니, 물어봐야죠.”
외투를 잡고 있던 형이 함에게 물었다
“함아, 이 외투로 아버지를 덮어드려?”
함은 두 형을 말리며 말했다
“덮으면 안 돼!”
덮으려는 형과 말리는 형의 마음이 팽팽해서
잡고 있던 외투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
한 형이 반쪽의 외투로 노아의 몸을 가리려는데
모래여인이 외투를 모래로 바꿔버렸다
“함이 덮지 말라고 했는데, 누구의 말을 듣는 거죠?”
“내가 다 안다, 알아서 해요!”
형의 입을 빌어 뱀이 말했다
“아버지에게 물어봐야 돼, 형!”
화가 난 뱀이 형의 몸에서 나와 함에게 돌진했다
모래로 채워진 함에 튕겨 나온 뱀
배를 땅에 붙이고 슬금슬금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