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인의 부탁으로
모래여인이 하와를 만나러 갔다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고 혼란스러워했다
죽는다 했는데, 살아있다니
“뱀의 말이 옳아!”
하와는 눈이 번쩍 뜨였다
속일 때는 달콤한 자극이다가
당하고 나면 죽을 것 같은 후회였다
보이지 않는 자극은
매일 하와를 유혹하는 고통이었다
모래여인은 두렵지 않았지만
하와의 눈을 피했다
그녀의 눈은 메두사처럼
누구든 바위로 만들어버릴 눈이었다
“네 검은 속을 보여줘?”
“내 속은 하얘!”
“거짓말, 너는 겸손을 잃었구나!
아담이 네 혀에 속았지.”
하와의 활짝 펴진 얼굴이
이내 일그러졌다
무표정의 혼자인 모습
모래여인이 모래의 타임머신을 타고
선악과를 따먹기 전으로 거슬러가는데
기계가 멈춰버렸다
하와의 머릿속에 뱀이 똬리를 틀고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눈을 가렸다면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지 않았을 텐데
모래여인은 불길로 제 몸을 녹여
만든 돌멩이로 하와의 두 눈을 가렸다
그래도 하와는 귀로 뱀의 소리를 듣고
거짓말을 했다
모래여인은 귀는 물론 모든 기관을
모래로 틀어막았다
“숨을 못 쉬겠어!”
하와의 머릿속에 맴돌던 큰 뱀과 작은 뱀이
줄줄이 빠져나왔다
모래여인은 몸속으로 들어가
뱀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와의 속을 모래로 채웠다
그녀의 눈에서
모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속은 검었어.”
입에서 진실이 튀어나왔다
모래여인은 타임머신을 타고
아담과 하와가 뛰놀던 에덴동산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