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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사랑받을 짓을 해야 사랑해 주지!”

남편의 말이 아내의 귀에 맴돌았다.

아내는 그 말을 곱씹을수록 기가 막혔다.

'사랑이 거래야? 네가 신이라도 돼?

집안이 자기 눈에 좀 어지럽다고,

손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잔소리만 늘어놓는 당신이야말로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사랑은 먼저 주는 거야,

왜 맨날 거꾸로만 말해!'

남편의 한 마디가 아내의 마음을 후벼 팠다.

'몰라, 답이 없어! 잠이나 자야겠다.'

잠든 아내를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보세요!”

모래여인과 모래의사가 침대 곁에 서 있었다.

“우릴 따라오세요.”

“당신의 궁금증에 답을 찾아드릴게요.”

모래여인이 타임머신의 문을 열었다.

타임머신은 에덴동산으로 향했다.

셋은 숲 속에서 뱀이 하와를 유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뱀이 하와를 한 번 꼬인 건 아니군요.

저렇게 하와가 여러 번 두려움에 떨 줄 몰랐어요.

저 고통은, 죄를 짓기 전에 고뇌하는 양심 같네요.”

아내가 훌쩍이며 말했다.

“그렇죠.”

모래의사와 모래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타임머신이 움직였다.

이번엔 아담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모래의사는 하와가 오기 전에

아담으로 둔갑하고 하와를 만났다.

뱀은 하와의 머리에 앉아,

하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담, 이 탐스런 사과를 먹어봐.

눈이 번쩍 뜨일걸.”

아담으로 변신한 모래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숲에는 탐스런 사과가 많아! 굳이 먹을 필요 없지.”

“아담, 이건 네가 따 먹는 것보다 달콤해.”

“왜 그런데?”

“내가 주는 거니까.

이것 먹으면 내가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추고, 네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 수 있어.

어때, 사냥보다 더 재밌을 걸.”

하와는 춤을 추며 사과를 내밀었다.


“그럴까?”

“물론이지!”

“하나님이 절대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익으면 너무 맛있어서, 먼저 먹으려고

하나님이 못 먹게 한 거야.”

“그럼, 그건 익었니?”

“물론이지! 내가 먹어봤잖아! 이렇게.

‘아삭아삭’

어떤 사과보다 맛있어!”

하와는 사과를 거리낌 없이 베어 물고

아담에게도 건넸다.

뱀의 하수인이 된 하와는 호시탐탐

아담을 꾀었다.

"그런데 그거 알아?"

"뭔데?"

"이것 봐!"

아담은 동쪽을 가리켰다.

어떤 영상이 펼쳐졌는데, 환상 같아 보였다.

아내와 남편이 다투는 장면이었다.

“사랑받을 짓을 해야 사랑해 주지!”

영상에서 마지막 남편의 말이었다.


“나는 기다릴래, 하나님이

그 사과를 먹어도 된다고 하실 때까지.

나는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저 환상에 나오는 부부처럼.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을 것 같아.

서로 자기가 옳다고 하잖아!”

아담이 사과를 거절하며 말했다.

“그걸 믿어? 아냐, 일단 먹어보고 생각해!”

하와는 아담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갖은 아양을 떨었다.

그래도 아담은 건네준 사과를 먹지 않고

도로 물렸다.

아담의 모습을 한 모래의사는

거부할 때 더 잘하려고 하는 하와의 모습이

싫지 않았다.

아내와 모래여인은 타임머신을 타고

2년 후로 갔다.

“네 얼굴은 지금 기뻐 보이지 않아.

내게 강요하고 있잖아!

너는 지쳤어!

잘해주다가 내가 거절하면 화도 내고,

억지로 먹이려고 해.

난 절대 안 먹는데도!

네가 준 걸 먹으면 나도 순간은 기쁘겠지.

하지만, 영원히 기쁠 것 같지 않아!

네 행동처럼.”

아담으로 변신한 모래의사가 말했다.

“쳇, 관둬!”


타임머신을 타고 셋은 미래로 갔다.

성경 분석연구소였다.

어떤 상담사가 한 아줌마에게 말했다.

“남편이 사랑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해 주는 게 맞죠.

그런데 사랑만 해달라고 한다고요?”

“네, 그래요! 자기 말이 다 옳대요.”

상담사가 말했다.

“성경을 분석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떡해요?”

“하와가 사과를 먼저 따먹지 않고,

아담이 따서 줄 때까지 기다렸다면

역사가 달려졌을지 모르죠.

먼저 주는 쪽이 아담이었을 거란 거죠.

하와가 잘못한 거지만 그것도

먼저 주었으니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담은 잘못된 걸 받았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담은 억울하고,

모든 걸 하화 탓으로 돌릴 수도 있죠.

그럼 누가 먼저 사랑하고 희생해야 될까요?”

“저예요? 제가 먼저 남편을 사랑해야 되나요?”

상담 장면을 본 아내는 떨리는 입술로

모래의사와, 모래여인에게 말했다.

모래의사는 타임머신 안에 있는 화면에서

아담의 모습을 보여줬다.

뱀이 아담을 인질 삼아 칭칭 감고 있었다.

“날 풀어줘! 모두 네 탓이야!

내 머리 위에 있는 뱀을 먼저 사랑하라고!

시키는 대로 하란 말이야!”


손을 허공에 뻗어 잠꼬대하는 엄마를

아들이 흔들어 깨웠다.

“엄마, 정신 차려,

왜 이렇게 낮잠을 오래 자!”

막 깨어난 엄마에게 아들이 말했다.

“여기, 편지가 있네!

엄마가 모래의사님 집에 두고 온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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