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지 못하는 기억
막내가 요즘 방 안에서 과자를 먹고 치우질 않았다. 새끼 바퀴가 기어가는 걸 봤다. 몇 연간 바퀴를 못 봤는데, 모기 다음으로 싫어하는 바퀴를 보게 됐다. 나는 로켓배송으로 바퀴약을 사서 집안 곳곳에 쥐덫 놓는 마음으로 놓았다. 그런데 아들 방에서도 발견되고 거실에서도 발견됐다. 약에 내성이 생겼나? 걱정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바닥을 접착식 데코타일로 깔아서 후회됐는데, 접착제가 타일 밖으로 나와서 걸을 때 끈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조각으로 붙인 데코타일이 점점 틈이 벌어져서 그런 것 같았다. 나는 새로 바닥 공사를 하긴 어려울 것 같아, 비접착식 데코타일을 샀다. 이미 접착식 데코타일을 사용해서 헌 걸 떼어내도 바닥이 끈적여서 비접착식이라도 접착식이나 다름이 없었다. 벌어져 때 묻은 곳은 긁어내고 큰딸과 함께 타일을 붙였다. 큰딸은 설거지를 부탁하면 미적대거나 안 할 때가 있어 답답했는데, 타일 붙이는 거는 콧노래를 불러가며 도와줬다. 서로 함께 일하면서 나는 딸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딸과 타일을 붙이는 동안 바퀴도 몇 마리 나왔다. 나는 대청소를 할 양으로 거실을 시작으로 아들 방을 구석구석 청소했다. 옷장도 바꿔주고 전자피아노 위를 닦는데, 꽃다발이 눈에 밟혔다. 졸업식 때 준 장미 꽃다발이었다. 아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데 추억이 있는 거라 항상 물어보고 버리라고 해서 청소하러 아들 방에 들어가면 꽃다발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었다. 그런데 그날에는 말린 꽃다발에서 새끼 바퀴가 기어가고 있었다.
“아들, 저 꽃다발 버려도 돼?”
“네, 버리세요.”
조립식 옷장을 설치하고 있던 아들이 말했다.
꽃다발을 자세히 보니 새끼 바퀴가 몇 마리 보였다. 거실 바닥에서 나온 것보다 많았다. 난 너무 놀라 꽃다발을 구겨 쓰레기봉투에 넣고 밀봉했다. 바퀴가 장미꽃을 좋아하다니, 먹는 것도 아닌데….
치우지 않은 추억이 깃든 꽃다발에서 어떻게 알고 바퀴가 기생하고 있었던 거다. 앞으로는 꽃다발을 살 일이 있거나 가져오면 며칠 화병에 놓고 감상한 뒤 바로 버려야겠다고 느꼈다.
바퀴는 건드리지 않는 것에 숨어 산다는 걸 알게 돼서 집안 곳곳을 세심하게 청소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보이는 바퀴 퇴치법을 생각하면서 마음의 바퀴 같은 존재도 생각하게 된다.
‘내게 미련이 남아 붙잡고 있는 잡념들이 없는지, 말라비틀어지고 썩었는데도 치우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건 없는지,’
나는 장미 꽃다발에 살고 있는 바퀴를 보면서 느꼈다. 그래서 그런지, 치를 떨며 싫어했던 바퀴가 밉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