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사랑해야 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썩어 죽을 몸 아껴서 뭐 하냐고
젊어서 없는 일도 찾아 하는 게
팔자인 여자
굶고, 혹사당한 몸이
이제는 쉬라고
안으로 굽어지는 사랑 병에 걸렸습니다
한 남자만 바라본 여자
손마디가 뒤틀려 손가락 하나 쓸 수 없고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침대에 붙어 있어도
여자는 30년간 간곡히 사랑했습니다
몸을 더 구부려
여자는 손발이 되어주는 남편만
한 없이 바라봅니다
뒤틀린 삶도 남편의 굽은 등에 고입니다
젊어서 쉬지 않던 손이 동그랗게 말려서
남편의 등과 하나 되려 합니다
발간 눈동자에 붙은 끈끈한 실핏줄이
사랑을 더 두텁게 합니다
아내는 "나 때문에 당신이 고생한다.” 하고,
남편은 "내가 고생시켜 당신이 아프다.” 합니다.
밖으로 튀어나온 남편의 고행이
안으로 말려 아내의 것이 되고
서로가 사랑하려고 합니다
서로가 사랑하자고 합니다
더 가깝게 말리고 있는
그녀의 손과 남편의 등이
서로 붙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