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보행진

위기 탈출 에피소드

by 아이얼

별 일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 친구와 특별한 나들이를 한다.

매주 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지 않은 길, 간 적이 있어도 또 가고 싶은 길을 걷노라면 마치 해외여행을 간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차로 다니면서 지나쳤던 소소한 풍경들에 눈길을 꽂고 카메라 버튼을 연신 눌러댄다.

대부분은 몇 번 보고 묻어두거나 지워버릴 사진이지만..

그런 행위 자체가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난 듯 상쾌함을 불러일으킨다.

대리만족. 코로나로 발이 묶여 해마다 한두 번씩 가던 해외여행을 대신해주는 작은 몸짓이다.

양재천변 황화코스모스 풍경

어제는 탄천부터 한강까지 제법 긴 거리를 걷기로 작정했다.

양재 시민의 숲 역에서부터 양재천을 따라 탄천과 만나고 이어서 잠실 어귀에서 한강으로 합류하는 곳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몇몇 사람들이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이 또한 평소에 지나쳤던 풍경들이다.

한강변의 강태공들

여기까지 왔으니 왼쪽으로 한강변을 따라 압구정동까지 갈까 하다 그냥 되돌아 탄천변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걷다가 도중에 적당한 곳에서 전철 타고 귀가하기로 했다.


올라오던 강남구 편이 아닌 자동차극장이 있는 송파구 편으로 주욱 걸어가는데, 문득 산책로가 끊겼다.

건너편으로 되돌아갈까 하다... 탄천변 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내려갈 길이 나오겠지 싶어 겁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택시도 세울 수 없는 도로에서 당황한 우리는 경찰을 부를까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인도도 없는 강변도로에서 두 여인의 발걸음은 너무도 우스꽝스러웠을게다.

헤매이던 장소 ㅠㅠ

바로 그때! 누군가 우리를 주목했다. 바로 한 스쿨버스 기사님!

차를 멈추고 빵빵 크랙션을 누르더니 손짓을 한다. 길을 건너 왼쪽으로 가라는 표시다.

손짓하는 곳을 보니 과연 길이 있었다. 송파구 잠실 빗물펌프장 표지판이 있다.

잽싸게 길을 건너 골목길로 들어섰다.

가까스로 들어선 골목길^^


그렇게 오도 가도 못하는 시내 길 한복판에서의 우왕좌왕 방랑 에피소드!

자세히 길을 알아보지도 않고 겁도 없이 뛰어든 여인네들의 무모한 도보행진이었다.


어제 붐비는 강변도로에서 차를 멈추고 몸짓으로 센스 있게 길을 안내해준 스쿨버스기사분!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스쿨버스인데 학교 이름은 경황 중 미쳐 주목하지 못했다ㅠㅠ) 우리의 구세주가 되어주었다.

상대방의 필요를 눈여겨볼 수 있는 심미안을 지닌 그분은 가슴이 따뜻하고 선한 자임이 틀림없다.


친절한 기사님~ 따뜻한 마음과 예리한 시선, 재치 있는 순발력으로 위기에 처한 두 여인을 구해주셨으니

복 많이 받으실 거예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님과 같은 분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답니다.

문득 제 인생 여정에 불현듯 짱! 하고 나타나 길을 밝혀주신 그분의 이미지가 연상이 되네요.

이 밤 그렇게 저의 길이 되어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위한 축복의 기도를 올려드립니당~~^^

저희의 길을 안내해주신 것처럼 당신도 그 누군가 귀한 분의 안내와 도움으로 남은 인생 올곧게, 행복하게 살아가시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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