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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얼 May 22. 2021

권력자의 '서시'

#사무엘하2_4장


사울 왕이 죽었다고 다윗이 금방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울의 군사령관이었던 아브넬이 사울의 남은 아들 이스보셋을 북쪽 이스라엘 지역의 왕으로 세우고 실권을 휘두릅니다. 다윗은 남쪽 유다 땅의 왕으로 세워집니다. 다윗의 군대장관은 요압과 두 형제입니다.

그리고 이 두 정권 사이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때 주목할 것은 왕 아래 실권을 가진 자들의 미묘한 심리적 암투정권 남용입니다.

이스라엘의 이스보셋 왕을 허수아비로 세워놓고는 제 멋대로 정책을 꾀하는 아브넬.

(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이스보셋 왕에 대한 반발로 다윗을 찾아가 그의 왕권을 인정하고 도모합니다! )

[사무엘하 3:6-8]
6 사울의 집과 다윗의 집 사이에 전쟁이 있는 동안에 아브넬이 사울의 집에서 점점 권세를 잡으니라
7 사울에게 첩이 있었으니 이름은 리스바요 아야의 딸이더라 이스보셋이 아브넬에게 이르되 네가 어찌하여 내 아버지의 첩과 통간하였느냐 하니
8 아브넬이 이스보셋의 말을 매우 분하게 여겨 이르되 내가 유다의 개 머리냐 내가 오늘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의 형제와 그의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을 내게 돌리는도다


그런 아브넬을 환대하고 돌려보낸 다윗 왕에게 반발하여, 임의로 뒤쫓아가 아브넬을 제멋대로 살해해버리는 요압.

(전장에서 자신의 동생 아사헬을 찔러 죽인 아브넬에 대한 복수로!)

[사무엘하 3:24-27]
24 요압이 왕에게 나아가 이르되 어찌 하심이니이까 아브넬이 왕에게 나아왔거늘 어찌하여 그를 보내 잘 가게 하셨나이까
25 왕도 아시려니와 넬의 아들 아브넬이 온 것은 왕을 속임이라 그가 왕이 출입하는 것을 알고 왕이 하시는 모든 것을 알려함이니이다 하고
26 이에 요압이 다윗에게서 나와 전령들을 보내 아브넬을 쫓아가게 하였더니 시라 우물 가에서 그를 데리고 돌아왔으나 다윗은 알지 못하였더라
27 아브넬이 헤브론으로 돌아오매 요압이 더불어 조용히 말하려는 듯이 그를 데리고 성문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배를 찔러 죽이니 이는 자기의 동생 아사헬의 피로 말미암음이더라


두 경우 다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개인적인 감정으로 대립하였고, 결국 그것이 스스로에게 올무가 되어 멸망을 자초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실권자들의 분란은 다윗의 통일 왕국을 앞당기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후 다윗 왕은 스스로 범죄함 없이 명실공한 이스라엘의 왕으로 자연스레 세워지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어찌 되었든 세워집니다. 그 과정에서 각 인물들이 어떻게 쓰이는 가를 살펴보는 데에 성경공부의 묘미가 있습니다. 당시에 아브넬이나 요압이  자신들의 행동이 후대에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게 됩니다.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이 품는 ‘대의명분’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 없는 것이길 기도합니다.
 
문득 일제강점기 말, 윤동주 님의 <서시>가 떠오릅니다.
당시의 절절함이 담긴 이 시를 읊으며 오늘의 기도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진짜 치욕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라고 주님이 제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오~ 주여! 아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아브넬과 요압, (원본과 작가 미상?)
이스보셋 왕의 살해 장면 (원본과 작가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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