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이다!”
이 아침 편안하게 혼자서 신문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광교산 자락 바로 옆에 위치한 나의 아파트는 특히 아침이 좋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가벼운 아침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산자태가 좋고, 힘차게 지저귀는 온갖 새의 합창이 좋다. 요즘은 매미소리가 저들을 압도하지만..
이 집에 이사 온 지 23년이다.
당시 5명의 식구가 넉넉한 공간에서 살아가겠다고 제법 넓은 평형을 선택했다.
이제는 남편과 나, 단 둘이 남았다.
넉넉한 공간…
거실을 중심으로 안쪽은 남편이, 현관 쪽은 나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안쪽의 한 방은 부부침실, 그 옆은 서재이기에 조용한 남편의 활동상에 맞는 자리이고
딸들이 쓰던 현관 쪽 방 둘은 드레스룸과 침실로 외출이 잦은 나에게 딱 맞는 환경이다.
우리 부부는 활동시간도 다르다.
난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일어난다. 남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공부하는 사람이라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대학에서 수업도 늘 오후에 잡혀있었다.
따라서 아침을 함께 먹는 일은 매우 드물다. 난 늘 아침 이 시간을 이렇게 혼자 즐긴다. 그런데..
문득 이런 고독한 몸짓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가, 이런 문화가 저출산 국가로 미래성장을 위협받는 한국이 되어가게 하는 한 요인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정신이 버쩍 든다!
난 6남매의 막내로 자랐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원탁에서 밥을 먹을 때면 말없는 손놀림에 이어지는 입놀림만 있을 뿐이었다. 메인 반찬으로 올라오는 고기 종류는 순식간에 없어졌기에 동작이 빨라야 했다. 난 왕성한 식탐에 비해 동작이 굼떠서 속상했는데.. 이런 나를 아시는 아버지가 무릎 위에 날 앉히시고는 내 밥 위에 당신의 것을 종종 얹어주셨다. 아버지의 고기는 더 크고 더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렇게 늘 ‘돕는 자’가 있었던 것 같다. 최근 몽골여행에서도 굼뜬 나를 위해 미리 반찬을 담아 챙겨준 손길이 있었다. ㅎㅎ
한가함이, 넉넉함이 좋기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분주함과 치열함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생존경쟁에서 밀리는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의 지혜와 철학을 배우고, 그 안에서 도덕과 윤리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힘이다!
참~ 쓰다 보니 희한한 논리가 되어버렸다. ㅎㅎ
어쨌든 인구가 많아 신흥경제강국으로 급부상하게 되리라 전망하는, 한국경제신문 컬럼란에 있는 인도의 이야기가 늘 한가한 아침시간을 보내는 63살 시니어여인을 일깨우는 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308033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