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집안 물품 정리하고 있으려니 언제 선물 받은 건지도 생각이 나질 않는 묵직한 상자가 장 한 구석에서 나온다.
세상에..
대용량의 방향제가 나온다.
교수 남편이 은퇴한 지도 2년..
아마 한 학생이 그즈음 선물한 것인 듯하다.
책을 가까이하는 교수님께 걸맞은 이 선물을 고르느라 나름 고심했을 그 마음이 느껴지면서 문득 미안해진다. 이렇게 수년간을 방치해 두었으니 말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오랫동안 상자에 담겨 누워있었던지라 코르크마개가 삭아서 병 안으로 퐁당~ 빠져버린다.
이 잘려나간 마개는 이 방향제를 쓰는 내내 이렇게 좁은 병 안에서 이리저리 헤엄칠 것이다.
나이 들면서.. 한 집에 20년 이상 살면서 구석구석 쌓여가는 물건들..
언젠가는 필요하겠지~ 혹은 다음에 써야지~ 넘 귀한 거니 아껴두어야지~~
이런 마음으로 간직한 물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져서 사용적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다짐한다.
뭐든 좋은 것부터!
새것부터! 즉시로 쓰고 나누어주도록!!
이제는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도 그다지 문제 될 것 없는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고 있다.
한 달여 여행하다 보면 늘 깨닫는 사실이 있다.
내게 필요한 물건들이 작은 트렁크 하나에 담긴 분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니 그것도 남는다는 것을..
시모를 모시고 살아왔던지라 박물관에 기증해도 될만한 오래된 가구와 유품들이 유독 많은 나의 집.
시간 나는 대로 하나씩 정리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