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퍼즐 (1 - 사진)

자전적 소설

by 아이얼

< 2012년 11월 25일 >

어머니 4일장을 치르고 삼우제를 지내고서도 일주일이 흘러갔다.

그동안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시아주버님과 두 딸들 시중까지 겹쳐 정신없이 지내다가 이제야 한 숨 돌리고 앉아있는 중이다. 그제는 시애틀에 사시는 아주버님이, 어제는 신시내티에서 공부하는 두 딸이 미국으로 돌아갔다.


문득 거실 중앙 벽면에 기대어놓은 어머니 영정사진에 드리워진 검은색 리본이 섬찟하다.

떼어낼까 하다가 그냥 두고 서재로 향했다. 서재 귀퉁이 벽장에 처박아둔 어머니의 사진 함을 꺼냈다.


당신을 무기력하게 만든 치매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어머니는 계속 어딘가에 소속되어 무엇인가를 하시고 이곳저곳을 다니셨었다. 그런 그녀를 따라다녔던 흔적들이 여기 사진들에 담겨 이렇게 두텁게 쌓여 온 거다.


펼쳐보니 대부분 동행한 무리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이다. 왜 이런 사진들을 돈 들여 인화해야만 하는 걸까? 본인만 찾아낼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점 같은 형체!

그것을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처리하라고...


사진을 후다닥 넘겨보면서 당시 부지런히 드나드셨던 현관 앞에서의 배웅 장면이 반복 재생 필름처럼 돌아갔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그래~"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그래~"


똑같은 건조한 인사말에 시간이 흘러가고.. 목소리톤과 표정, 몸짓도 조금씩 변해가며 그렇게 정도 쌓여갔었다.


대충 기억되는 사진들이 지나가고 나니 밑바닥에 묵직하니 퀴퀴한 봉투가 잡힌다. 거꾸로 드니 갖가지 사이즈의 빛바랜 흑백사진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방바닥에 흩어진다. 그 안에서 어머님의 여고시절이며 남편의 유아시절의 모습들이 요술 램프에서 퍽~ 뿜어져 나온 알라딘처럼 너울거린다.


어머님의 까마득한 옛날 옛적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인물 탐색 기자 마냥 사진들에 푹 빠져들었다.


"세상에나... 어머님 형제들의 결혼사진이며 당신 조카들 돌사진까지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당신 남편과의 결혼사진은 한 장도 없네?"


문득 아버님 어머님의 결혼사진이 궁금해졌다.


"때르릉~~"

시어머니 추억 찾기 시간을 가르는 전화 벨소리가 쩌렁쩌렁하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신다고.. 배 고프시단다.
바닥에 흩어진 사진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 다시 벽장 속에 넣으며 저녁 찬거리를 생각한다.


"얼큰하게 김치찌개나 끓여야겠다. 돼지고기 듬뿍 넣고!"

냉장고를 여닫으며 부산을 떨다 내일모레가 남편 생일임을 떠올린다.

“아! 저녁 일찍 먹고 남편과 장이나 보러 가야겠다.”




-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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