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가득한 라이프스타일

모방과 창조의 쳇바퀴

by 속눈썹

모방과 창작의 본능이 마구 엉켜서 내 라이프스타일에 반영되는 것 같다. 가령- 독서를 할 때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거나, 좋아 보이는 공간을 볼 때 갑자기 집청소를 하고 싶거나, 티비에 배달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시켜먹고 싶은 건 모방욕구가 반영된 거고 버리기 아까운 물건의 다른 용도를 구상하거나, 뉴스를 보다가 저 문제를 어쩌지 고민하거나, 일렁이는 마음을 관찰하며 자꾸만 질문을 던질 때 창작욕구가 발현된다. 그래서 나의 하루를 살펴보면 적절한 모방과 창작이 오며가며 티키타카하는 느낌이다. 모방하고 싶으면서도 창작하고 싶은 것...얼핏 상반되어 보이지만 그게 공존하는 게 내 삶인 듯. 인생은 모순이니까! 아- 이 마무리 어쩔.


어제는 애써 만들었던 루틴을 다 깨고 책읽기를 하다가, 친구가 오랜만에 내려와서 친구와 수다를 떨고는 하루가 지나가버렸는데- 그렇게 굵직한 사건들로 시간을 채우고 나니 하루가 정말 심플했다. 평소에는 요리준비시간, 청소시간, 글 쓰는 시간, 정리하는 시간, 노는 시간,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책보는 시간...등등 엄청 잘게 쪼개서 쓰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밥 한 끼를 먹으려 해도 요리준비, 요리하기, 밥먹기, 설겆이 하기의 4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로 배달음식이 늘었다고 하니, 배달음식을 먹으면 밥먹기 1단계로 끝낼 수 있고, 그 밥먹기는 사실-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 심플한 하루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정말 하루를 아주 심플하게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심플한 하루가 내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이긴 한데- 배달음식은 내가 지향하는 생태계보존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것도 상반된다. 아 인생은 모순이랬지...


나는 운동, 정리, 글쓰기, 창작, 영어 를 꼭 챙기기로 결심했는데- 만약 진짜 심플하다면 하나만 남고 나머지는 버리는 전략이 더 수월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운동과 영어, 창작을 놓지 않고 들고 가는 중이다. 남편은 하지도 않을 거면서 마음의 부침만 드는 목표는 그냥 버리는 게 정신건강을 위해 좋다하지만- 난 사실 집착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게 잘 안 된다. 들고 있으면 어떻게라도 해결될 것 같다고 강한 주문을 걸면서 주섬주섬 챙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생각한다면 내가 챙기는 이런 자잘한 것들이 정말 부질없을지도 모른다. 내일 죽는다고 오늘 apple을 한 번 더 써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단발적인 게 아니다. 나는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고 죽음이 목전에 오기 전까지는 가진 욕심은 다 부려보고 내 한계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죽음이 똑똑똑 한다면- 그 제서야 부랴부랴 이사하는 마음으로 챙긴 물건 중에 무겁고 오래되고 낡은 것을 놓아주지 않을까. 근데 그런 식으로 홀가분해지면- 자의로 한 선택이 아니라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할 것 같다.


이렇게 모방과 창조에 욕심을 부리면서 미니멀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 어쨌거나... 깨진 루틴을 어떻게 이어 붙일지. 난제가 남았다.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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