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다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자취 생활 4년 차, 건강했던 몸이 쓰레기가 되었다. 저질 체력은 물론, 염증성 몸뚱아리가 되어가는 중이다. 건강하던 몸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콜레스테롤 수치'다. 본가에 살 때는 어머니가 살뜰히 챙겨주시던 제철 채소와 과일을 섭취한 덕에, 콜레스테롤 따위 신경 쓴 적 없었다. 그런데 자취를 시작하면서 생채소는 무슨, 김치 같은 절임 채소도 잘 못 먹는 처지가 되자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이상으로 치솟았다.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라는 진단을 받고 일단 야식을 끊었다. 라면도 줄였다. 하지만 한번 더럽혀진(?) 몸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다는 건 혈당도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안 그래도 당뇨 가족력이 있던 터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계정 주인의 건강 상태를 귀신 같이 알고 혈당 관리 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했다. 식사 전 생양배추 두 조각을 섭취하는 것만으로 혈당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아니, 생채소의 효과가 이렇게 뛰어나다니..!
당장 동네 마트에서 2천5백 원짜리 양배추 한 통을 사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양배추가 9천 원으로 오른 어느 날은 두 봉지에 천오백 원짜리 청상추를 사다 먹었다. 한국인 영혼의 단짝, 오리엔탈 소스를 뿌려 먹으니 점점 채소 먹는 게 좋아졌다.
채소를 거의 매일 먹게 되자, 마트에서 소분된 채소를 사는 걸로는 가성비가 떨어졌다. 대용량 채소를 구매해 볼 요량으로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내가 찾은 최선의 선택은 #유러피안 샐러드 1kg이었다. 버터헤드, 프릴라이즈 등 샐러드 해 먹기 좋은 보들보들한 채소들을 대용량으로 파는 상품이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수~ 많은 농가 직영 스토어가 뜬다. 무농약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가장 저렴할 때는 9천 원대, 비싸도 1만 원 중후반대에 구매 가능하다.
다양한 채소 종류보다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다면, 옵션에서 랜덤을 고르면 된다. 랜덤으로 시키면 보통 두 종류의 채소가 1kg 온다. 개인적으로 유러피안 채소 종류는 다 보드랍고 맛있기 때문에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보통 1kg에 일곱 뿌리 정도가 온다. 그러면 키친 타올로 뿌리 쪽을 감싸고, 비닐로 공기가 닿지 않도록 묶어준다. 그러면 최대 2주까지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다이소에서 원통 용기를 사서 샐러드 *밀프랩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일주일치 샐러드를 주말에 만들어 놓고 저녁에 소스만 뿌려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것이다.
샐러드에 양파가 빠질 수 없기 때문에 양파도 물에 넣어 매운 기를 빼준다. 냉장고에 빼곡히 쌓인 샐러드를 보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밀프랩: Meal(식사) + Preparation(준비)의 합성어로 여러 끼니를 한 번에 준비해서 하나씩 먹는 걸 말하는 용어.
가끔은 샐러드 누들도 좋다. 비빔면도 그냥 먹는 것보다 야채를 곁들여 먹는 게 혈당 관리에 좋다고 한다.
야채로 쌓는 포만감이 처음엔 가짜 포만감이라고 느껴졌으나, 이제는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느껴진다. 이만큼 속이 편할 수 없다.
중학생 시절, “나이 들면 라면이나 자장면 한 그릇 먹는 것도 어려워”라던 수학선생님의 말씀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곧 건강검진이 예정되어 있는데, 과연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갔을까. 노력은 두 달밖에 안 했으면서 양심도 없이 기대하고 있다. 수치가 내려갔다면 기쁜 소식으로 다시 키보드 앞에 서겠다. 그대로라면 일단 치킨 앞에 선 다음(...) 생각해 보겠다.
{이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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