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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Dec 23. 2022

내가 두려워하는 것

아바타 2를 보다가 한 시간 만에 나온 이유

(스포 아닌 스포 주의)

나는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한 번 보면 완전히 집중해서 보는 타입인데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그게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아예 처음부터 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자꾸 멀어지게 된다. 영화관도 잘 가기 어렵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번 뽀로로를 같이 보러 들어갔다가 엄청 졸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바타 2는 안 볼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해서 넷이서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아바타는 12세 관람가인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9세, 11세이지만 보호자 동반하에서는 가능하다고 하여 예매를 했다.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라 신이 났다. 무려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복합몰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도 한참 놀고 커다란 팝콘도 2개나 사서 상영관으로 입장하였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우리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에 감탄하며 영화를 즐겼다.


영화는 제이크의 가족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하나 둘 아이가 태어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하지만 곧 이들 가족에는 위기가 찾아오게 되었다. 제이크를 찾아온 쿼리치 대령의 일행에 제이크의 아이들이 잡히게 된 것.

아..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뛴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아내)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되면서 너무너무 긴장이 된다. 나쁜 일행들이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너무 조마조마하다.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


9세인 둘째도 그런 장면이 무서웠나 보다. 영화 전체에서는 정말 일부만 차지하는 장면이었지만 총을 쏘고 칼을 겨누고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계속 무서워하며 눈을 가렸다. 너무 무서워 꿈에 나올 것 같다며 나가고 싶다고 얘기하였다. 결국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영화 시작 한 시간도 안 되어 둘째와 함께 나오게 되었다.


둘째가 무서워 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도 너무 무서웠다. 제이크 가족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하니 마치 내 아이들이 잡힌 양 심장이 마구 뛰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온 에게 헤피엔딩으로 끝났는지 물어보니 결국 제이크의 첫째는 죽게 되었다고 하였다. 만약 끝까지 봤다면 아.. 나는 정말 거기서 펑펑 울었을 것 같다.


내가 지켜야 할 아이가 생기고 나니 어떤 것이든 내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기보다 아이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 그런 것이겠지?


아바타를 보다가 내가 두려워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되었다.


숨을 곳은 없었다.

영화관을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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