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표가 끝났다!!
대학원 방학 직전, 중요한 발표 과제가 하루에 2개나 있었다. 그중 하나는 교수님과 1:1 수업인데 제대로 준비 못해 엄청나게 부끄러워야 했던 그 수업이었다.(이전 글 '삶의 의미' 참고) 일주일의 시간을 더 얻어 발표를 준비하기로 했고, 이 발표만큼은 제대로 준비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부담이었다. 관련된 전공 서적을 4권이나 도서관에서 빌려 내용을 파악하였고, 모두 영어로 ppt를 작성하였다. 유창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여야 했다. 3일 전부터 내내 발표하는 꿈을 꿨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 같았다.
또 다른 하나는 한 학기 동안 교수님께서 제시한 주제에 관해 공부한 내용을 최종 발표하는 과제였다. 큰 주제는 모두 같았지만 세부 주제는 학생마다 달랐고 내 발표를 통해 다른 이들도 함께 배우게 되는 그런 날이었다. 발표의 형식도 범위도 없어 편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발표날이 다가올수록 더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공부한 것을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 정하는 것도 힘들었고 어느 정도 소개해야 할지도 결정하기 어려웠다.
이 두 가지 발표가 같은 날에 있었다. 발표 당일까지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부담으로 긴장이 되었다. 주말에도 같이 놀자는 아이들을 떼어 놓고 내내 발표 준비를 했다. 잠깐의 시간도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이런 상태로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무사히 그리고 훌륭하게 발표를 마쳤다. 두 가지 모두 교수님께 좋은 피드백을 받았고 그것으로 너무너무 기뻤다.
'아. 당분간은 여유롭게 좀 쉬고 싶구나..'
다음날 아침이 되었고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Karen과 화상영어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Karen은 화상영어 선생님인데 나와 동갑이라 친구같이 지내고 있다.) Karen에게 어제 있었던 발표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니 Karen은 오늘만은 공부하지 말고 좀 쉬라며 마사지 숍 같은 곳에 가기를 추천했다.
'아!! 미용실에 가야겠다!!'
뭔가 쉬고 싶긴 했지만 그냥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휴식도 필요하고 그렇다고 아무 소득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싫고, 그런 나에게 미용실은 최적의 장소였다. 머리를 자르고 펌도 하려면 최소 3시간은 걸린다. 그 중간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에는 책을 읽어도 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머리도 감겨 주니 마사지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Karen과 대화를 끝내고 그 길로 바로 미용실을 예약했다. 책 한 권을 들고 미용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20분, 미용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좋았어!!' 힐링하기에 최고의 시간과 장소이다. 벌써 몇 년째 이용하는 곳이라 크게 어색하지 않다. 내가 항상 책을 들고 가기 때문에 특별히 필요 없는 대화는 서로 하지 않는다. 머리 길이와 펌의 굵기를 정하고 원장님은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고 있다. 특별히 무언가를 읽거나 보지 않고 멍하게 있는 것도 좋다. 펌을 하는 동안 나는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원장님이 커피를 한 잔 주신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펌을 하는 동안 4번이나 머리를 감았는데 그중 한 번은 이마와 목 뒷부분에 마사지까지 해 주셔서 정말 잠이 스르륵 온다. 이곳은 카페인가? 마사지 숍인가? 미용실인가?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3시간 동안 완벽하게 여유를 즐겼다.
이런 미용실에서의 여유는 사실 1년에 한 번뿐이다. 실제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많은 미용실에서는 이런 여유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겨울 방학 때 오전 시간을 주로 이용한다. 몇 년째 이용하는 미용실이라고 해도 실은 1년에 한 번 만나는 사이이다.
열심히 일 년을 보내고 난 후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 미용실 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