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의자에 앉아 앞을 본다.
책꽂이 일체형인 책상 위에 6권 정도 책이 조르륵 꽂혀 있고 노트북이 펼쳐 있다. 그 오른쪽에는 작은 3단 선반이 있는데 1단에는 휴지와 마스크, 2단에는 드라이기, 제일 위 3단에는 화장품이 오밀조밀 놓여있다. 선반 바로 위에 긴 거울이 벽에 붙어 있어 나름대로 화장대의 구색을 갖추었다. 그 옆 벽 위에는 펼치면 빨래걸이가 되는 봉들이 접힌 채로 벽에 밀착되어 있고 그 맞은편엔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과 폭 30cm 옷장이 자리를 차지한다. 옷장 옆, 책상 바로 뒤가 내가 몸을 누일 침대이다. 한 달간 내가 지낼 곳이다. 쓱~ 둘러보면 한눈에 다 들어오고 손만 뻗어도 모두 닿을 곳에 있는 아늑하고 아담한 방이다.
여기서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 씻고 혼자 연수원으로 출근한다. 저녁엔 혼자 책을 읽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예정이다. 물론 연수시간에는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하겠지만 이 방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혼자만의 공간에 사는 것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아쉬움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만의 공간에 살아 본다는 설렘이 더 크다. 밥, 설거지, 빨래, 청소도 안 해도 된다. 퇴근 후 그냥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가져도 된다는 것이 너무 기대된다.
'저녁엔 뭘 하지? 좀 가벼운 책을 읽을까? 브런치 글도 써야지. 아! 꼭 운동을 해서 뱃살을 빼겠어!! 밤엔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누워있어야지. 침대에 엎드려서 책 봐도 좋겠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날 거야. 일어나면 바로 씻고 좀 무거운 책을 읽어야겠어. 새벽엔 집중이 잘 되니까. 그리고는 화상영어를 하고 아침을 먹으러 가면 되겠다.'
책상 의자에 앉아 방을 둘러보며 혼자 즐거운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