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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2. 2023
고개를 들어 별을 보세요.
내가 해야 하는 이 말의 무거움
새 학교에 출근한 지 일주일 만에 수업 나눔 모임을 하기 위해 선생님들께 메시지를 보냈다.
[수업 수다 친구를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수업과 커피를 좋아하는 교사 000입니다.
수업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튀는 교사인 것 같아 망설여질 때가 있었습니다.
수업은 늘 어려운데 옆자리 선생님과 업무 이야기는 해도 수업 이야기는 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업은 스스로 알아서 꾸려나가야 할 그 무엇인 것 같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 간 학교에서 수업 나눔 모임을 처음으로 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수업에서 고군분투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구나’를 깨달으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수업에 관한 고민을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하고 따라 해 보고 싶은 방법을 찾게 되기도 하며 서로에게 지지와 격려를 받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수업 나눔을 하는 시간들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 후부터는 수업 나눔 모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해 한 해 수업 나눔 모임을 하며 제 삶이 조금씩 성장해 나감을 느낍니다.
저는 수업에서 항상 부족한 점이 보이고 매일 수업 고민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저와 함께 수업 나눔 모임을 해 주시겠어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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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수요일 4시 20분에 모일 예정입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 누구나 환영합니다.
결과물이나 성과를 위해 하는 모임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업 고민을 나누기 위한 모임입니다.
함께 하실 분은 ‘저요’ 손만 들어주시면 이후의 모든 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아마 선생님들 대부분은 이 메시지에 적힌 이름과 내 얼굴을 매치시키지 못할 것이다. 얼굴도 잘 모르고 이야기도 한 번 나눠보지 않은 낯선 사람이 모집하는 모임에 쉽게 응답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서 참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 단지 '수업 나눔'을 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목요일 저녁 늦게 메시지를 보내고 거의 모든 선생님이 메시지를 확인한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나에게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인 선생님은 단 세 분이었다.
내가 메시지를 너무 길게 보냈나?
금요일 아침에 확인하신 분들이 많았을 텐데 타이밍이 안 좋았나?
미리 인사도 다니고 대화도 좀 나누었어야 했나?
이런 여러 생각들이 들고 나던 중 문득 '내 메시지가 어떻게 느껴졌을까?'라는 질문에 생각이 미쳤다.
학교는 3월이 되어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되면 모든 서류며 문서들을 새롭게 생성해야 한다. 10여 개의 업무 부서에서 수많은 업무들을 처리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시지를 보낸다. 담임의 경우 개학하고 첫 주는 하루에 백개 이상의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학기 초 업무전달로 바쁘게 오가는 메시지들 틈에서 내가 보낸 메시지가 어떻게 느껴졌을까?
뚜렷이 정해진 업무도 없고 수업 시수도 적은 수석교사가 한가한 얘기나 하고 있다고 느끼진 않았을까?
수석교사라는 역할의 무거움이 새삼 느껴졌다. 모두가 현실의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의 발 밑을 보고 있을 때 고개를 들어 별을 보자고 말해야 하는 사람 -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수석교사는 그랬다.
선생님들은 3월 새 학기에 새로운 학생들과 낯선 수업을 하고, 그 사이에 업무를 도장 깨기 하듯 말 그대로 '쳐내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수업 고민을 나누고 더 나은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나의 말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별을 바라보자고 하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바라보는 것이 모두에게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나는 과연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고개를 숙여서 발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보세요. 보이는 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하는가 상상해 보세요. 호기심을 가지세요.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일지라도 여러분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는 항상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강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