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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Mar 19. 2023

개학 2주 만의 공개 수업(1)


지난주 수업 나눔 모임 메시지를 보낸 후 내내 마음이 쓰였다. 지난 학교에서는 13명이 함께 수업 나눔 모임을 했는데 아직 신청자는 그 수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 생각할지, 어떻게 선생님들과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지난 학교에서도 그렇게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었다. 지난 학교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갔었나 떠올려보게 되었다.


나를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무던해지기, 그저 내가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모든 것을 진심으로 대하기, 그렇게 묵묵하게 나아가기.


이것이 내가 나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에 흔들리지 않고, 진심을 담아 꾸역꾸역 나아가는 것이 내가 잘하는 것이다. 흔들리지 말자, 내가 잘할 수 있는 이것을 하자.


이렇게 다짐했다.




금요일 오후 퇴근길에 교무부로부터 3월 말 학교의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활동중심수업에 관해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교무부와 교장 교감 선생님은 내가 하는 활동중심수업을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실까? 단지 활동중심수업이라는 이름만으로 강의를 요청하신 것일까? 그들 중 누구도 내 수업을 본 이가 없는데 참 궁금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들에 생각이 미치니 공개 수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주말 내내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였다. '선생님들께 어떻게 메시지를 보낼까, 선생님들이 많이 오실까, 이번 수업은 아직 오리엔테이션이나 마찬가지인데 과연 이 수업을 공개해도 좋을까, 잘할 수 있을까' 등 머릿속에서 온갖 질문들이 생겨났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한 월요일 아침, 더 망설이기 전에 교장선생님께로 갔다. 공개 수업을 하겠다 말씀드리니 교장 선생님의 얼굴이 밝아지신다. 달력에 시간을 표시하시고 당장 내일인데 준비하려면 바쁘시겠다는 말씀을 덧붙이신다. 하지만 결재를 득하고 지도안을 작성하는 정식 공개 수업은 아니다. 지금의 내 수업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미니 공개 수업이라고 하며 부담 없이 참관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주말 동안 고민해서 작성해 온대로 전 교사에게 메시지도 보냈다.


아.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내가 잘하고 싶은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수업을 열고 함께 나누고 싶은 내 진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저 묵묵히 나아가보기로 했다.




내 공개 수업의 첫 번째 목적은 교장, 교감선생님께 수업 보여드리기, 두 번째 목적은 이미 여러 번 함께 수업 고민을 나눠왔던 생물과 두 분 선생님들께 내 수업의 실제 모습 보여드리기, 세 번째 목적은 학교 선생님들과 조금이라도 만날 수 있는 기회 만들기였다.


세 가지 목적이 모두 달성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실망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학기 초 한 시간이 아쉬운 시기에 다른 사람의 수업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라도 오시고 싶은데 수업이 겹쳐 못 오시진 않도록 화요일과 수요일 2번의 수업을 공개하기로 했다.


화요일 오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딱히 더 준비할 것도 없는데도 긴장이 되었다. 드디어 공개 수업 시간이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수업 직전 교실로 들어오셨다. 학생들에게 수업 공개를 하게 되었다는 안내를 하며 참관 오신 교장 선생님에게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쳤다. 5분쯤 지나자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두 분은 진지하게 참관하셨고 교감 선생님은 참고로 드린 학생용 활동지에 표시도 해가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함께 해 주셨다. 수업 중반 즈음에 두 분은 나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조용히 나가셨다. 끝까지 보시지 않고 나가셔서 순간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두 분께 수업을 보여드린 것이니 첫 번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전교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두 분을 제외한 다른 선생님들은 아무도 오시지 않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괜히 마음이 씁쓸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다른 선생님들이 안 들어오신 것이 교장 교감선생님의 눈치가 보였다. 수업 나눔 모임에 응답한 선생님의 수도, 공개 수업에 참관하는 선생님의 수도 왠지 나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속상했다.




저녁이 되어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두운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듣고 있으니 괜스레 울컥해졌다. 괜찮은 척하고 싶지만 괜찮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오롯이 나만 겪는 일이라 이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외로웠다. 화요일 밤은 그렇게 마음이 한없이 약해졌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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