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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May 07. 2023

전문가-앞서 걸어가는 사람

ChatGPT로부터 얻은 생각

나는 IT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고 재밌다. 그래서 최신 기기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어차피 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기능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의 앱이나 웹상의 플랫폼들의 이름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 또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새로운 것들을 다루는 것이 아직 혼자 할 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것을 보며 한 단계 한 단계 따라 해봐야 한다. 그리고 내 기기에서의 환경은 설명에서와 늘 다르다. 단 한 부분에서라도 막히게 되면 그다음은 이어질 수 없다. 그래서 뭔가 한 가지를 배우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서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쉽게 배우려면 사람에게 직접 배워야 하는데 매번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배우고 이용하게 된 플랫폼들이 여럿 있다. 눈앞에 급한 일이 닥쳐있으니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다 함께 고민하던 시기라 물어볼 사람도 많았다. 평소엔 가끔 한두 가지를 배우고 이용해 보던 내가 순식간에 여러 가지 온라인 도구들을 경험해 보며 두려움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 온라인 수업 시기를 거치며 내가 깨달은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해 보면 나도 할 수 있는 것들이구나.'였다. 그래서 이제는 필요하면 뭐든 그냥 해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온라인 도구를 그저 시도해 보는 일은 잘 없다.




그런데 별로 알고 싶다는 마음도 없이 귀를 닫고 사는 나를 그래도 끊임없이 자극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교육학 공부 모임을 함께하는 멤버들이다. 그중의 특히 A, B 두 선생님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꼭 사용해 볼 정도로 관심도 많고 그와 관련하여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올 만큼 실력자이다. 이 분들이 새롭게 사용해 보았다는 것들의 이름만 들어두어도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아는 것이 되는 그런 엄청난 분들이다. 또 C 선생님은 어떤 것이 수업과 연결될 수 있다고 여겨지면 대단한 집중력으로 파고들어 그것을 마스터한다. C 선생님이 수업 활용에 좋다고 하면 나는 그제야 한 번 시도해 본다.


내가 뒤늦게 수업에 이용해 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이 분들에게 물어보면 늘 답이 있었다. 이런 분들과 매주 만나니 나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여기며 늘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모임에서 지난겨울 ChatGPT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A 선생님은 '이런 것이 출시되었는데 아직은 부족한 단계이지만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것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 시도해 보는 중이다.'라고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고, 나는 '필요하면 그때 배우지 뭐'라는 생각으로 평소처럼 어김없이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는 사이 ChatGPT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계속 발전해가고 있었고 A, B 두 선생님은 학회에 가보기도 하고 실제 매일같이 사용해보기도 하며 Chat GPT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공문을 열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다음 달에 있을 ChatGPT를 주제로 한 교육청 수업 특강에 A 선생님의 이름이 강사로 나와있는 것이었다.


'어.. A선생님도 분명 그때는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ChatGPT는 2022년 11월 말에 처음 출시되어 그때는 너도나도 모두 그것에 대해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A 선생님은 그것으로 강의를 하는데 나는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간의 온라인 도구에 관한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ChatGPT에 관해서 만큼은 A 선생님도 나도 그때는 똑같은 입장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시도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하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고 A 선생님은 그날부터 매일을 사용해 보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았다.


사실 C 선생님도 이번 달에 있을 우리 연구회 세미나 강의로 '교사의 수업-평가 설계를 위한 챗GPT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안했었다. 그래서 B 선생님과 C 선생님은 공동 강의로 ChatGPT와 관련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세미나 운영자로서, 이분들 처음 시도해 보는 강의 준비로 엄청난 도전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두 분의 세미나 준비에 관해서만 들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A 선생님 특강 소식까지 들으니 역시 이 세 분은 남다른 전문가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문득 어떤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내가 해보겠다고 생각하면 나는 영원히 그들을 따라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내가 시행착오를 거쳐보며 부딪혀 나가면 나는 앞서 걸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거치면 효율은 떨어진다. 나중에 배우는 사람은 먼저 간 사람보다 2배는 빨리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오롯이 나만의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책을 읽어서 아는 것보다, 강의를 들어서 아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경험들을 내 몸에 가지고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나가야 다. 물론 내가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A, B, C 세 선생님이 부럽다고 내가 온라인 수업 도구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하진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앞서 가는 두려움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야 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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