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앞서 걸어가는 사람

ChatGPT로부터 얻은 생각

by 눈눈

나는 IT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쉽고 편하고 재밌다. 그래서 최신 기기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어차피 다 사용하지도 못하는 기능들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의 앱이나 웹상의 플랫폼들의 이름만 들어도 한숨이 나온다. 또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새로운 것들을 다루는 것이 아직 혼자 할 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것을 보며 한 단계 한 단계 따라 해봐야 한다. 그리고 내 기기에서의 환경은 설명에서와 늘 다르다. 단 한 부분에서라도 막히게 되면 그다음은 이어질 수 없다. 그래서 뭔가 한 가지를 배우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려서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쉽게 배우려면 사람에게 직접 배워야 하는데 매번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배우고 이용하게 된 플랫폼들이 여럿 있다. 눈앞에 급한 일이 닥쳐있으니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다 함께 고민하던 시기라 물어볼 사람도 많았다. 평소엔 가끔 한두 가지를 배우고 이용해 보던 내가 순식간에 여러 가지 온라인 도구들을 경험해 보며 두려움을 조금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 온라인 수업 시기를 거치며 내가 깨달은 것은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해 보면 나도 할 수 있는 것들이구나.'였다. 그래서 이제는 필요하면 뭐든 그냥 해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온라인 도구를 그저 시도해 보는 일은 잘 없다.




그런데 별로 알고 싶다는 마음도 없이 귀를 닫고 사는 나를 그래도 끊임없이 자극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교육학 공부 모임을 함께하는 멤버들이다. 그중의 특히 A, B 두 선생님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꼭 사용해 볼 정도로 관심도 많고 그와 관련하여 여기저기서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올 만큼 실력자이다. 이 분들이 새롭게 사용해 보았다는 것들의 이름만 들어두어도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많이 아는 것이 되는 그런 엄청난 분들이다. 또 C 선생님은 어떤 것이 수업과 연결될 수 있다고 여겨지면 대단한 집중력으로 파고들어 그것을 마스터한다. C 선생님이 수업 활용에 좋다고 하면 나는 그제야 한 번 시도해 본다.


내가 뒤늦게 수업에 이용해 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이 분들에게 물어보면 늘 답이 있었다. 이런 분들과 매주 만나니 나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여기며 늘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모임에서 지난겨울 ChatGPT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A 선생님은 '이런 것이 출시되었는데 아직은 부족한 단계이지만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것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 시도해 보는 중이다.'라고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고, 나는 '필요하면 그때 배우지 뭐'라는 생각으로 평소처럼 어김없이 그냥 흘려 들었다. 그러는 사이 ChatGPT는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며 계속 발전해가고 있었고 A, B 두 선생님은 학회에 가보기도 하고 실제 매일같이 사용해보기도 하며 Chat GPT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에 공문을 열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다음 달에 있을 ChatGPT를 주제로 한 교육청 수업 특강에 A 선생님의 이름이 강사로 나와있는 것이었다.


'어.. A선생님도 분명 그때는 잘 모른다고 했었는데..'




ChatGPT는 2022년 11월 말에 처음 출시되어 그때는 너도나도 모두 그것에 대해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A 선생님은 그것으로 강의를 하는데 나는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간의 온라인 도구에 관한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ChatGPT에 관해서 만큼은 A 선생님도 나도 그때는 똑같은 입장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시도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하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고 A 선생님은 그날부터 매일을 사용해 보며 자신만의 경험을 쌓았다.


사실 C 선생님도 이번 달에 있을 우리 연구회 세미나 강의로 '교사의 수업-평가 설계를 위한 챗GPT 활용 방안'이라는 주제를 제안했었다. 그래서 B 선생님과 C 선생님은 공동 강의로 ChatGPT와 관련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나는 세미나 운영자로서, 이분들이 처음 시도해 보는 강의 준비로 엄청난 도전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두 분의 세미나 준비에 관해서만 들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A 선생님 특강 소식까지 들으니 역시 이 세 분은 남다른 전문가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문득 어떤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내가 해보겠다고 생각하면 나는 영원히 그들을 따라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내가 시행착오를 거쳐보며 부딪혀 나가면 나는 앞서 걸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거치면 효율은 떨어진다. 나중에 배우는 사람은 먼저 간 사람보다 2배는 빨리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오롯이 나만의 시행착오로 얻은 경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책을 읽어서 아는 것보다, 강의를 들어서 아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경험들을 내 몸에 가지고 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나가야 한다. 물론 내가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A, B, C 세 선생님이 부럽다고 내가 온라인 수업 도구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하진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가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앞서 가는 두려움에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야 함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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