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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Dec 18. 2022

95%가 구매의사를 표현한
잡지는 왜 망했을까?

feat. 고객 대답 너머에 있는 진실

3가지가 없는 잡지의 탄생

 1989년 어느 잡지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여성잡지가 출간되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설문조사 끝에 기존 여성 잡지의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게 여성잡지 '마리안느'가 탄생했다. 시중에 있는 여성잡지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명확했기 때문에, 해결책도 명확하여 바로 3無 잡지(섹스, 루머, 스캔이 없는 잡지)가 만들어졌다.


 3無 잡지를 정기 구독하겠다는 응답률은 95%에 달했고, 여성잡지 창간 붐을 타고 성공가도를 달릴 일만을 남겨놓은 듯했다. 고객의 의견을 철저히 반영한 제품이 탄생했으니 말이다.

출처: 중앙일보

 하지만 마리안느 잡지는 17호 발행을 끝으로 폐간되고, 결국 회사는 부도나게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지금에서야 "그럴 줄 알았어"라고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서비스에 대해 95%의 고객들이 사용하고 싶다는 수치가 나타난다면 이를 분간할 수 있을까? 비슷하지만 다른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마차가 더 빨랐으면 좋겠어요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으로 돌아가서 시장조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어떠한 결과를 얻게 되었을까? 무엇이 되었든 자동차를 원한다는 대답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라는 개념 자체를 겪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마차의 단점들을 나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왕이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 역시도 "만약 제가 사람들에게 원하는 게 뭔지 물었더라면, 그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출처: 이투데이

 앞 선 2가지 사례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객에게 정답을 찾으려고 했던 행위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필자는 이러한 원인은 다음과 같은 2가지라고 생각한다.


1.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2.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범위 안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1.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특히 도덕적, 사회적 이슈에 관한 질문들에 관해서는 통념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대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마리안느 잡지의 경우 고객들이 '외설적인 이야기 너무 좋아요.', '그래서 두 연예인이 사귀는 건지 결론을 확실하게 말해주세요.'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진심으로 3無 잡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고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누구보다 스캔 이야기 부분을 적극적으로 읽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마리안느 잡지 사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인터뷰와 설문조사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는데,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타인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이는 과거 원시 시대부터 무리(사회) 생활은 생존과 직결되었던 이슈라는 이유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게 최소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한다. 특히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질문을 던지는 야심찬 사업가에게 냉소적인 대답을 쉽게 꺼낼 수 있을까? 즉,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속이고 있으니 솔직한 대답을 얻기 어렵다.


 초창기의 넷플릭스도 이러한 사실에 곤욕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영화 리스트를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해주었더니 그 영화들을 시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보는 영화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객의 대답 너머에 진실이 있다.
2.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범위 안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자동차와 넷플릭스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 어플이 등장하기 이전에 우리는 전화 주문이 불편한 지도 알지 못했다. 오히려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어플 내에서 음식점을 찾는 행위가 불편함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전화로 주문하면 간편하니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 스티브 잡스는 고객 인터뷰나 시장 조사를 불신하며 "고객은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앞 선 이야기를 읽다 보면 결국 고객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고객 인터뷰와 시장 조사에 그치지 말고, 고객의 대답 너머 욕망을 고민하고, 이를 제품으로서 고객을 경험시켜 주어야 한다.


 다시 헨리 포드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고객이 '더 빠른 마차를 원한다.'라고 대답했다면 이 대답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인 '더 빠른 이동에 대한 욕구'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마리안느 잡지의 경우 간단한 잡지(프로토타입)를 발간해서 고객의 반응을 확인했어야 했다. 혹은 고객 인터뷰와 다르게 기존의 자극적인 잡지들이 왜 인기가 있는지 더 면밀히 고객을 관찰했어야 했다. 결국 고객 인터뷰가 실패하는 이유는 고객의 대답 너머에 있는 진짜 고객의 욕구를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 인터뷰를 불신했던 스티브 잡스도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정확한 고객의 욕구를 파악한 뒤에는 직접 제품을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즉, 자신의 경험 범위 안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 제품으로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도 뉴튼 PDA, 피핀, 맥 큐브 등 여러 실패 사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리안느 잡지처럼 올인하기보다는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정리하면 고객 인터뷰와 시장 조사는 고객의 욕망을 찾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정답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고객의 욕망을 찾고, 이를 해결해줄 최소 기능을 담은 제품을 출시하여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요약
1. 고객의 의도와 무관하게 고객의 대답이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2. 고객의 대답 너머의 고객의 욕망을 포착해야 한다.
3. 포착한 고객의 욕망을 풀어줄 해결책을 제품으로서 보여주어 고객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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