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가 되어서야 건축 인허가와 착공신고까지 완료되었다.
일정이 예상보다 한 달가량 늦었다. 마음이 급하다.
집 짓기가 일단 시작된다면 재촉할 수 없다. 급하게 짓다가 하자가 발생하면 가슴 아플 것이다. 하자 없이 꼼꼼하게 지을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착공일을 앞당겨야 했다. 그리고 빨리 현장 소장을 만나 예상 완공일을 묻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 임시거처를 얼마나 구해야 되는지 공사 책임자로부터 직접 듣고 싶었다.
'나는 공사기간을 3달로 잡았는데 혹시나 2달 걸린다는 답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구청에 착공신고까지 했으니 하루빨리 삽을 뜨자고 시공사를 보챘다.
그런데 웬걸 SIP 벽체가 아직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우리는 설계와 시공 계약을 할 당시 SIP 공법의 목조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콘크리트 주택은 왠지 차가운 느낌이 든다며 싫어했었고 반대로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목조주택을 선호했다. 그리고 건축공법으로 에너지 절감형 집을 지을 때 사용된다는 SIP 공법을 선택했다. SIP 공법은 합성목재 사이에 단열재를 넣어 만든 벽체로 집을 짓는 건축 방법이다. 설계가 완료된 후 SIP 벽체가 공장에서 제작되어지고, 이렇게 제작된 SIP 벽체를 공사현장에서 조립한다.
7월 말 즈음 설계가 끝나자 시공사에서 바로 중국에 있는 공장에 SIP벽체 제작을 주문했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그 중요한 SIP벽체가 한국에 없다. SIP벽체의 부재로 착공이 어려운 만큼 시공사는 공사팀 배정을 못한다고 한다.
'슬 프 다.'
하릴없이 2주가 더 흘렀다. 시공사에서 또 말하길 SIP 벽체가 한국에 도착했는데 오랫동안 항구에 그대로 묶여있단다. 목재라서 통관에 필요한 검사가 까다롭단다. 그래서 시공사는 여전히 공사팀을 배정하지 않았다.
'화 난 다.'
SIP 벽체의 인도가 늦어지는 데는 외부 요인이 크다고는 하지만, 미리 일정을 신경 써서 챙기지 못한 시공사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것을 핑계로 공사팀 배정을 늦추는 것에 화가 났다.
우리는 결국 시공사에 불만을 터트렸고 SIP 벽체를 인도받기 전에 담당 현장 소장님을 배정받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장 소장으로부터 완공까지 두 달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말에 안도했다. 공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이미 때는 너무 늦어질 때로 늦어진 후였다.
만약 착공신고가 완료되었던 9월 초에 곧바로 착공했었더라면, 어쩌면 얼추 두 달이 되는 10월 말까지 공사가 완료되어 임시거처를 구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몰랐겠다.
그런데 지금은 벌써 9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부터 두 달 후는 11월 중순이다.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기거할 임시거처를 구해야만 한다.
아니다. 중간에 추석 연휴도 있고, 날씨라는 변수도 있고, 사용승인이라는 절차도 있으니 입주 가능 시점을 11월 말 정도로 잡아야겠다.
10월 말에 아파트를 비워줘야 하니 새집의 예상 사용승인 일인 11월 말까지 임시로 거처할 곳이 딱 한 달 동안 필요하게 됐다.
...
'그나저나 우리 집 SIP 벽체는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