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Jan 14. 2022

곰치와 꼼치! 너희들 정체를 밝혀라!

며칠 전 아내가 징그럽게 생긴 곰치를 사와서 지리로 국을 끓였다. 시도였다. 시장 갈 때마다 관심을 두더니 드디어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생각보다 맛이 시원하다. 나도 시장에 따라갈 때마다 덩달아 그 고기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파악해 보았다.      


곰치는 동해안 곳곳 바닷가 시장의 좌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선 중 하나인데 서민들에게 사랑받는다. 주변 식당에 가면 얼큰 시원하게 물곰탕으로 만나고, 가정에서는 담백 시원하게 곰치국으로 만난다.  

    

그런데 생선의 종류와 요리의 종류가 헷갈렸다. 토박이 분 몇 사람한테 여쭈어도 처음에는 수월하게 대답을 하더니 정색을 하고 더물으니 말꼬리를 내린다. 이리저리 자료를 조사해서 정리하니 다음과 같다.(부정확할 경우 의견 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곰치는 곰치가 아니고 꼼치다. 강원도의 방언으로 잘못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생선의 부류인 꼼치과에서 상업용으로 이용되는 어종은 꼼치, 미거지, 물메기 3종으로 구분된다. 종별로 약간씩 다르며 물메기는 크기가 작다.


그러나 명칭은 3종이 구분 없이 동해안에서는 곰치와 물곰, 물곰치, 남해는 물메기와 미거지, 서해는 잠뱅이와 물잠맹이로 불렸고 그 외에 물텀벙, 물고미 등으로도 불려진다.


예전에는 어부들이 조업 중 이 고기를 잡으면 그냥 버렸다 한다. 아마 생선 대접을 받지 못해 명칭이 전국적으로 표준화되지 못하고 지역별로 적당히 불린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곰치라는 생선은 따로 있다. 크기도 우리가 아는 곰치보다 두배나 되는 크기(60cm)로 야행성이며 난폭한 성격의 어종이다. 즉 진짜 곰치는 따로 있고 우리는 꼼치를 곰치라고 부르고 있다.


이제 그것이 일반화되어서 우리가 곰치라는 부르는  이 생선의 명칭을 꼼치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그건 그렇고... 자기 이름을 빼앗긴 곰치만 억울하다. 그래서 난폭해졌나?   

요리 이름도 물곰탕, 곰치국(), 물메기탕 여러 개로 헷갈린다. 아마 호칭과 연관된 듯하다. 동해안에서는 대체로 물곰탕 또는 곰치국으로 불리고 남해안은 물메기탕으로 불리는 것 같다.     

 

속초지역에서는 대체로 식당에서는 물곰탕을, 가정에서는 곰치국으로 요리한다. 식당에서는 영업전략상 탕을 선호하는 것 같다. 탕은 술과 국은 밥과 매치가 되어 매출에도 유리하기에..... 곰치국을 주요 메뉴로 판매하는 식당은 잘 안 보인다.      


부재료는 묵은지와 무를 주로 사용하며 두부를 첨가하는 곳도 있다. 선호에 따라 지리나 매운탕 두 종류로 요리한다.     

아내는 곰치와 무만 넣고 담백하게 끓인다. 시원하다. 지난번 가자미 미역국에 이어 두 번째 우리 집 새 요리를 간단히 성공시킨다. 남편의 벌이가 시원치 않다는 걸 아는지 만원이면 작은 찜통에 다 못 들어갈 정도의 양이라 푸짐하게 사서 냉장고에 재어두고 요긴할 때마다 곰치국을 끓인다. 아내가 장기 외출한다는 곰국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우리 집에 흥복이 넘칠 모양이다!  

 

하여튼 낮술 먹고 벌게진 얼굴로 흐느적흐느적 걷는 아저씨 모습 같은 곰치가 해장국으로 변신해서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준다. 전날 과음을 했을 때는 더욱 요긴하다. 물곰탕이 유명한 속초와 삼척의 주당들은 행복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마추픽추에 가보고 너무 화가 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