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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y 16. 2022

Glass Kill은 5✕10 규칙으로...

오래 동안 가고 싶었던 월정사를 다녀왔다. 온갖 꽃들이 활짝 핀 5월 동해안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오대산 가는 길은 눈부시게 화사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신록과 꽃들의 끝없는 향연이 상춘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도로변에 줄지은 저 흰꽃이 이팝나무인가? 밥풀나무인가? 헷갈리지만 하여튼 아내가 즐거워하니 나도 덩달아 즐겁다.     


달리는 동해안 고속도로가 공된 지가 얼마 안 돼서 인지 차선도 선명하고 표지판이나 시설물 등도 깔끔하다.


고속도로는 우리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엮어준 우리나라의 핵심적 기간시설로 그 중요성은 모두 공감하며, 수준도 세계 최고다.      


월정사 가는 길에 생태 통로도 보이고 투명한 방음벽도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방음벽 꼭대기에 맹금류 형상의 가짜 새가 보인다. 내가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다른 고속도로에서 못 보던 것인데, 방음벽 조류 충돌사고 예방 아이디어임을 알겠다.


잘 알다시피 고속도로에는 도로변 주민들의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음벽이 설치되는 데, 과거에는 불투명 소재를 이용해 방음벽을 설치했으나 최근에는 도로나 주변 미관을 고려해 투명 방음벽 설치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 투명 방음벽은 의외의 문제를 야기했다. Glass kill 즉, 새들이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생긴.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약 800만 마리, 하루에 약 2.1만 마리가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조류종 가운데 40%는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다. 문명의 이기인 고속도로가 우리 인간들의 친구인 새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이는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곤충이나 쥐 같은 설치류 포식으로 농작물 피해방지)을 하는 새들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지고 머지않아 인간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투명 유리창을 식별하지 못하는 새들의 Glass kill은 고속도로 투명 방음벽뿐만 아니라 건물 투명 유리나 각종 투명 펜스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며 도시미관이나 경관 등에 관심이 높아지며 이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충돌사고 예방을 위해 처음에는 투명 방음벽에 맹금류 스티커를 붙였으나 효과가 없다 하고, 이번 동해안 고속도로에는 투명 방음벽 상단에 맹금류 형상의 가짜 새를 설치했는 데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스티커나 가짜 새나 움직임이 없기에 둘 다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데 전문적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오히려 유리창 상하 간격 5cm, 좌우 간격 10cm 이내에 문양을 넣는 510 규칙이 효과가 크다는 연구조사가 있다. 녹색연합이 충남 서산의 지방도에서 6개월간 비교 조사 결과 Grass kill 사고가 35건에서 3건으로 크게 줄었다 한다.

510 cm 범위 내에 문양을 넣으면 새들이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한다고 한다. 줄, 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양을 넣으면 미관도 살리며 새들을 보호할 수 있다니 좀 더 권위 있는 기관이 과학적 연구조사로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속도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지만 Road kill, Grass kill 같은 의외의 문제를 야기하며,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진행되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성장의 이름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훼손했을 때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나타난다. 그것이 심해지면 결국 인간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산업화의 큰 후유증인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고, 앞으로 치루어야 하는지를 자각한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문질 문명의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저탄소만 녹색성장이 아니다! Road kill, Grass kill을 예방해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녹색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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