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옆집 3

by 시냇물

속초살이를 하는 나의 최애 산책코스는 당연히 영랑호 호반길이다. 작년에는 이틀에 한번 꼴은 다녀온 것 같다. 집에서 거리가 조금 되는지라 대부분 차로 가서 아름다운 호반길을 걷는다.


버스 터미널을 지나면 영랑호로 가는 좁은 주택지 도로로 접어드는데, 초입의 어수선한 삼거리에는 맛집인 '정든식당'이 있다. 작고 허름한 식당이다.

우리 부부도 초기에 산책 가는 길에 왜 저 집 앞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까 이상해 하며 알아보니 장칼국수 맛집이라고 해서 궁금증에 귀갓길에 들렸던 곳이다.

외관은 빈약하고 내부도 좁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식당이나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추억의 장칼국수 맛에 몇 번을 다녀왔고 그 소감을 브런치에 올렸는데 10만여 명이나 제 글을 보아주셔서 너무 당황하고 감사했다.


지금도 식당의 인기는 여전해 손님들이 넘치고 넘친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으면 점심 손님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대기하고 있다. 손님들 차량이 주변도로변 곳곳을 점령하니 최근에는 주차도우미까지 생겼다.

그런데 그 집 바로 옆집도 식당이다.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하는 집인 데 정든식당보다 건물도 크고 반듯하며 식당 내부도 깔끔하다. 2층 옥상에는 그럴싸한 간이건축물도 보인다.

정든식당이 하꼬방 같다면 이 식당은 반듯한 양옥집 같다.(*하꼬방 : 일본어 hako房에서 유래한 판잣집의 비표준어)


그런데 이 반듯한 식당은 밥때가 되어도 어찌 썰렁해 보인다. 고깃집이라 저녁 손님이 많을까? 가끔 저녁 무렵 그 길을 지나갈 때도 그런 분위기는 못 느끼겠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아내에게 저 식당은 왜 저렇게 영업을 하지? 하며 안타까워하곤 했다.


내가 사장이라면 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글을 쓴다.


옆집 맛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며 대기하거나 돌아가는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구상해 본다. 그들은 대부분 주머니가 얇은 청춘들로 친구나 연인들이 많아 보인다. 주로 SNS 통해 알고 온다.


새 식당은 “젤라토 휴게실이 곁들여진 짬뽕 순두부집‘으로 바꾸겠다. 상호는 ’영랑 짬뽕 순두부집‘으로 하고 메인품목은 짬뽕순두부(매운 거, 안 매운 거)이며, 사이드 메뉴는 손두부와 감자전으로 단출한 메뉴로 구성하겠다. 가격은 옆집 맛집 가격과 경쟁할 수준으로 저렴하게 하겠다.


옥상에는 전망 좋은 휴게공간을 마련해 놓고 젤라토와 아메리카노를 팔겠다. 식사 영수증 제출 시는 50% 할인제도를 적용하겠다.


브런치를 홍보대사로 활용하며, 영랑호 소개자료를 비치해 식사 후 영랑호 구경을 가도록 유도하겠다.


옆집 맛집이 힘겨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정겨운 고향의 맛'을 컨셉으로 했다면 우리집은 입안이 얼얼하다가 시원해지는 '얼얼한 상큼발랄함'을 컨셉으로 한다.

성공확률 3% 밖에 안 되는 자영업이라 하지만 고객확보가 절반은 보장된 건데 다부지게 준비한다면 승산 있는 도전 아닐까? 맛집의 옆집도 기회가 있다.


* 짬뽕순두부와 젤라토의 궁합은 절묘하며, 이미 강릉 초당순두부 촌에서 고객들에게 검증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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