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Mar 17. 2023

식물원 가는 길에서 만난 청개구리

소리 없이 봄이 오던 날, 아내랑 설악산 자락 자생식물원 사잇길을 산책했다. 그 길은 영랑호와 더불어 우리 집 최애 산책코스다.      

아내의 건강이 좋아져서 씩씩하게 따라오니 나도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식물원을 향했다. 초입의 징검다리를 건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겨운 계곡산책로에 들어서니 봄의 전령사 산수유가 연 노란빛으로 움을 트며 수줍게 환영한다.      


봄나물을 캐려고 봉투 하나, 칼 한 자루 준비했건만 봄기운에 취해서 포기하고 길을 재촉한다. 봄바람 휘날리는 고갯마루 밴치랑 호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봄을 맞이하는 식물원 직원들이 바쁘다. 그분들의 노고엔 아랑곳하지 않고 아내와 난 너무 태연하게 봄을 즐겼다.     


행복한 산책을 마치고 귀가 길은 처음으로 산 능성이 길을 이용했다.


길 주위로 무덤들이 연이어 보인다. 맨 꼭대기에 좀 유별난 무덤이 눈을 끈다.  

  

합장한 묘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두 개의 꽤 큰 비석에 빽빽한 기록이 보인다. 궁금해서 다가가 보니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


어미 말을 안 듣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글재주 좋은 청개구리 자식의 글로 보인다.   

   

어찌 내 맘과도 똑같아 찡한 마음으로 읽었다. 앞면은 추모사와 효도를 강조하는 공지문이고, 뒷면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글이다.    

어머니 비석 글은 남편을 일찍 여의고 7남매를 힘겹게 키우시다 병중에 선혈을 남기고 소천하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헌신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적었고, 고향을 그리는 찔레꽃을 말미에 애절하게 불렀다.       

아버지 비석 글의 백미는 애지중지하던 토끼를 친구들과 술안주로 잡아드신 아버지께 떼쓰며 항의하던 걸 후회하는 모습이 너무도 재미있지만 철든 자식의 모습이 보인다. 


함흥에서 한국전쟁 때 피난 나와서 속초에 정착하신 가족인데 정착한 속초 척산 덕말 옛 밤나무집은 알 길이 없다만 정겨운 고향동네 이름이다.      


부모님 묘소는 북에 두고 온 고향 함흥을 아스라이 볼 수 있는 노학동 무명고지 정상에 모셨다. 부모님이 동해바다를 보고 평안히 영면하시라 모신 곳이지만 묘소 위치가 산 꼭대기라 마사토가 푸석거려 잔디관리가 어려워 보인다.      


청개구리 마음 같아 보이나 연로한 부모를 둔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 글 같아 너무 반가워서 얼른 가져다 브런치에 올린다     


* 글을 훔쳐 올려 죄송하다. 허나 너무도 자식들의 마음을 주저리주저리 잘 엮어서 쓴 글이라 혼자 보기가 너무 아까워서 올리니 글쓴이께서 해량해 주시기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초행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