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Apr 21. 2022

동해안 산불의 주범을 찾았다고?

지난달 강릉-삼척 일대에 큰 산불이 나서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는데 벌써 무심하게 잊혀간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고 다이내믹한 나라라서 그런가?     


하여튼 그 산불이 울진의 한울원전과 금강송을 위협하던 날! TV 방송에서 동해안 산불을 설명하며 양강지풍이란 말을 들어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확인해보니 양강지풍(襄江之風)’은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바람 중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바람을 양강지풍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강지풍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양강지풍항목은 없고, ‘양간지풍항목에서 양간지풍과 함께 설명된다. 여기서 양간지풍(襄杆之風)’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바람을 말한다.    

 

유래를 살펴보면 양간지풍은 오래전부터 전해왔다. 조선 중엽 1633년 이식의 수성지통고지설(通高之雪), 양간지풍(襄杆之風)’ 통천과 고성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라는 구절이 있고, 택리지에도 쓰였다 한다. 오래전부터 영동지역의 기후를 설명하는 말로 쓰인 것이다.  

  

이에 비해 고문헌에 양강지풍관련 언급은 없다. 생각해보니 강릉지역도 나름 봄바람이 심해 화재도 종종 발생하고, 영동의 언론기관이 집중된 지역인지라 여론의 관심 촉구를 위해 끼워넣기 식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계절적 요인으로 주로 봄에 자주 발생하는 이 바람은 한반도 주변의 남쪽에 고기압이, 북쪽에 저기압이 놓이고, 따뜻한 서풍이 불게 되면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현상을 일으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태백산맥 동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고도가 낮아지면 기온과 기압은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지며 풍속이 빨라진다는 데, 대학시절 역학 시간에 배웠던 '베르누이의 정리'와 뭔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맥의 경사가 급할수록, 해풍이 부는 주간보다 육풍이 부는 야간에 풍속이 더 커진다.   

  

양간지픙의 개념도
베르누이의 정리

조금 더 생각해보면 태백준령 최고로 험한 구간(설악산, 향로봉 일대)인 양양-간성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구간(대관령)인 강릉지역보다 표고 차이가 더 크고 경사가 심해 바람이 더 강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래서 예로부터 양간지풍으로 불린 것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     


하여튼 거센 양간지풍은 산불을 순식간에 확산시키고 큰 피해를 주며 주민들을 고단하게 한다. 더군다나 동해안 곳곳 산림이 우거진 근래에 산불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건조한 가운데 풍속이 최대 65m/s 라니 불이 나면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2000년도 이후만 해도 2000년 동해안 전역, 2005년 양양-낙산사, 2019년 고성-속초, 2022년 강릉-삼척-동해-울진지역 산불로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고 소중한 산림자원을 훼손했다.


그래서 그런지 속초에 살며 확실히 체감한 것은 이 지역 봄철 산불감시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근무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느꼈다. 전국을 두루두루 살아 보았지만 최고다.


지난 4둘째주 주말에는 벚꽃이 만개한 영랑호를 걸을 수 있다는 설렘으로 집을 나섰지만 생각지도 못한 양간지풍이 불어 산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너무 아쉬웠다. 그날 속초에는 강풍경보가 내렸다.     

 

며칠 후 영랑호에 가니, 화사한 자태를 내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산산이 흩어진 꽃잎들이 여기저기 휘날려 쓰러져있고, 파도에 밀려 수변 곳곳에 구석구석 쌓여있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진 나의 벚꽃길 산책의 환상이 애석했다.         


이곳에 이사 온 후 어떤 이한테 들은 말 속초에는 봄이 없다는 말을 조금 실감한 했다만 완전히 동의할 수 없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데 누가 내 마음의 봄을 빼앗으랴! 내년 봄 아내와 영랑호 벚꽃길 산책을 꿈꾸는 내 희망을...

작가의 이전글 요즘 관심이 높아진 KIA & MI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