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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마음의 감기가 아닙니다.

심리학 이야기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우울증이라, 그놈 참 질겨요. 마치 출근 시간의 지하철처럼 숨 막히죠.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우울증? 그냥 마음의 감기야"라고. 하, 정말 그러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 녀석은 아스피린 한 알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운대의 겨울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오죠.


어떤 날은 겨우 하루를 버텨내다가, 또 어떤 날은 침대가 전부인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이 흑백 영화처럼 색을 잃어가죠. 맛있던 김치찌게도 싱거워지고, 재밌던 농담도 공허해져요. 삶이란 게 늘 이런 건가 싶다가도, 문득 "아니, 원래 이렇게 비참하진 않았잖아" 하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우울증의 가장 끔찍한 점은요, 우리 자신을 어두운 방에 갇힌 죄인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겁니다. "내가 잘 못해서 그런 걸까?", "내가 약해서 이런 걸까?", "내가 게으른 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살던데, 왜 나만 이러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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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던지는 한두 마디, "기분 전환 좀 해봐"라든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같은 말들은 당신을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듭니다. 아무도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테니까요. 방안에 드리운 어둠은 점점 깊어져 갑니다.


그렇지만 여기 진실이 있습니다. 그 어둠을 불러온 건 당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울증은 당신이 만든 게 아니에요. 그것은 단지 삶에 찾아온 불청객일 뿐입니다. 한때는 웃고 떠들던 당신이 있었던 것처럼요. 그리고 어떤 방이든 항상 문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 문은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이른 아침의 산책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에도 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이다 보면, 어둠 속에도 빛이 조금씩 스며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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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극복하는 건 기적처럼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진 않아요. 한 걸음 한 걸음이죠. 하지만 그게 인생 아닙니까? 살아가는 건 달리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겁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 하나 들려드리죠.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아직 모르시겠다고요?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니, 한 걸음만 더 내딛어 보세요. 설령 비틀거리는 걸음일지라도, 그게 결국 당신을 문 밖으로 이끌 겁니다.


마무리로 하나 더하자면, 우울증이라는 놈은 그저 인생이 우리를 좀 더 깊이 바라보도록 하기 위해 보낸 시험일지도 모릅니다. 그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세상은 그 전보다 조금 더 밝아 보일 거예요. 그러니 오늘은 그저 숨을 쉬세요. 그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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