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2

by 모개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브닝 근무를 끝내고 들어와 자려고 누웠을 때 아이의 뒤척임이 심상치 않았다. 급히 아이 이마를 짚어보니 뜨겁다. 후다닥 일어나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다. 얼떨결에 해열제를 삼킨 아이는 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재빨리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

경희는 몸을 둥글게 말아 아이 옆에 누웠다. 하지만 잘 수 없다. 열이 잘 내려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만히 아이 손을 잡아본다. 얼음처럼 차갑다. 발도 만져본다. 얼음처럼 차갑다. 다시 일어나 앉았다. 아이의 손과 발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새벽 2시 30분.

아이 귀에 체온계를 꽂아본다. 체온계 삐~ 소리 후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했다. 39도다. 아까보다 더 올랐다. ‘아! 해열제가 듣지 않는구나.’ 아픈 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3시에 다시 한 번 재보자.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쩌지? 내일 근무, 아니 오늘이지. 오늘 근무는 이브닝이니 오전에 병원에 가야지. 만약 입원을 하라고 하면 어쩌지? 남편은 출장을 간다고 했는데 어쩌지? 어쩌지?’ 순간 아이에 대한 걱정보다 내일 일을 걱정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애가 아픈데 엄마라는 사람이 한심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생각을 멈추고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 45분. 시간 참 안 간다. 3시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체온계를 아이 귀에 꽂았다. 39.1도. 떨어질 열이 아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열제를 또 먹일 수 없다. 교차 복용 해열제도 아직 먹일 수 없다. 열패치를 꺼내 아이 이마에 붙였다. 점차 거칠어지는 아이 숨소리와 함께 경희 심장도 요동쳤다.


아침 7시.

밤새 잠을 자지 못한 경희는 남편을 깨웠다. 아이의 상태를 간단하게 전달한 후 자신은 이제 병원에 가겠다고 했다. 혹시 입원을 할 수 있으니 간단하게 짐도 쌌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정신은 오히려 맑았다. ‘김경희! 정신 바짝 차려!’ 눈을 한 번 크게 뜨고 어린이병원으로 출발했다. 의사는 폐렴이라며 입원을 권했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입원 수속을 밟았다. 입원실로 이동하며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 돌봄 이모님께 문자도 남겼다.


오전 8시.

입원실 침대에 아이를 앉히고 핸드폰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까. 온종일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남편은 최대한 일찍 끝내고 저녁에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그건 알 수 없다. 남편의 일은 많은 변수들이 있기에 그의 의지로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일찍 와준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결국 이번에도 경희는 시부모가 아닌 친정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야. 어디야? 아, 출근했구나. 오늘 바쁘지? 아, 아니. 그냥. 아냐아냐. 나? 나는 오늘 이브닝 근무지. 응응. 그럼 이서방이랑 애는 잘 있지. 아빠는 아직 출근 전인가? 어? 정말? 오늘부터 휴가라고? 어머! 그래? 나 아빠한테 전화 좀 할게. 그만 끊어.”


갑작스럽게 들은 친정 아빠의 휴가 소식에 기쁘다 못해 살짝 흥분됨을 느꼈다. 바로 친정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늘부터 휴가라며! 언제까지 휴가야? 아, 일주일동안? 아니 왜 나한테 말 안했대? 아, 했다고? 내가 잊었나 봐. 하하하~ 아빠, 저기 미안한데 애 좀 봐주면 안될까? 애가 폐렴이라 입원을 했어. 어, 정말? 와 줄거야? 정말 고마워. 고마워. 저녁에는 이서방이 올거야. 그때까지만 봐줘. 그리고 아침에 나나 이서방이랑 교대해주면 되는데. 한 3일 입원하면 괜찮을 것 같아. 아, 지금 바로 온다고? 아빠, 정말 고마워. 응응.”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아빠가 휴가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경희는 다행이다, 다행이다.를 계속 되 내었다. 안도도 잠시, 다시 경희의 머리는 바빠졌다. ‘아빠가 오면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좀 더 챙기고 출근 준비를 해서 나오면 되겠다. 눈치 보며 휴가 내지 않아도 되겠네. 남편이 좀 늦더라고 오긴 올테고. 이브닝 근무 끝내고 빨리 오면 밤에 내가 있을 수 있으니. 괜찮아. 할 수 있어. 며칠만 잘 넘기면 아이 폐렴도 낫겠지.’


그제야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때 아이 손등에 링거 바늘이 들어갔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울음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아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간호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놓치지 않았다. ‘아! 맞다. 친정 아빠 용돈도 챙겨야지.’ 밤새 잠을 자지 못해 쉬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간호사가 주고 간 약봉지를 아빠가 보기 쉬운 곳에 올려두었다. 바닥과 침대 근처를 매의 눈으로 살피며 챙겨 온 제균 소독티슈로 닦았다. 계속 놓친 것이 없는지, 뭘 더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머릿속도 몸처럼 절대 쉴 수 없다.

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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