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되면 놀이터가 시끄럽다. 아이들 소리가 들리면 아이는 놀이터에 나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내보낼 수 없었다. 어린이집에서 막 돌아온 아이들은 씻지 않은 상태였다. 놀이터의 흙과 놀이기구도 더러웠다. 내 아이 피부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보채는 아이를 어르고 달랬지만 아이의 떼는 점점 늘어 윽박지르고 혼을 내기도 했다. 보다 못한 남편이 조심스럽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만 데리고 나가 놀게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아이의 고집과 떼로 인해 많이 지쳐 있었고 아토피도 많이 좋아진 상태라 못 이기는 척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놀이터에 나가며 제균 소독 티슈, 물티슈, 마실 물, 밴드, 연고, 작은 수건, 모자, 얇은 잠바 등을 챙겼다. 아이는 모래놀이 장난감을 챙겼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아이를 가만히 지켜봤다. 혹시라도 아이가 넘어지거나 나를 부를까 봐 엉덩이를 걸쳐 앉아 대기했다. 아이는 무척 즐거워보였다. 꺄르르 큰 소리로 웃는 아이 모습에 지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얼마 후 어린이집에서 하원 한 또래 아이들이 몰려왔다.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그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그런지 거부감없이 잘 어울려 놀았다. 아이들의 지저분한 옷과 조금 헝클어진 머리, 아직 씻지 않은 손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 신경이 곤두섰다.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떼지 않았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들이 뛰어 놀도록 둔 채 모여 앉아 수다만 떨었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이 한심했다. 쯧쯧. 엄마라는 사람들이 애들이 저렇게 뛰어 놀다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에코백 어깨끈을 꽉 움켜쥔 채 계속 아이의 모습을 주시했다. 그때였다. 한 아이가 젤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새로운 간식이 신기하고 먹고 싶어 입을 아 벌렸다. “안 돼!” 소리치며 달려가 젤리를 빼앗았다. 놀란 두 아이들의 시선과 함께 수다를 떨던 엄마들의 시선도 내 뒤통수에 꽂혔다. 빠른 심장을 가라앉히며 젤리를 주려던 아이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젤리 주려고 했지? 그런데 우리 하영이는 피부가 아야! 해서 못 먹어. 미안해. 하지만 젤리 나눠주려고 해서 고마워.” 아이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주려던 젤리를 자신의 입으로 넣었다. 하영이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하영아, 너 젤리 먹으면 안 되잖아.”
시무룩한 표정이 된 하영이 손을 잡아 끌며 말했다.
“이제 그만 가자.”
아쉬워하던 하영이는 내 손을 잡고 걸어오다 다시 뒤돌아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지수도 뒤돌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엄마들이 모여 있던 곳을 지나가며 말했다.
“제 아이가 아토피라서요. 아이가 젤리를 주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아, 그랬군요. 아니에요. 아토피면 그렇죠. 제 아이가 몰라서 주려고 했나봐요. 괜찮아요.”
그제야 엄마들은 지수 행동이 이해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목 인사를 했다.
집에 들어와 에코백을 현관 앞에 내려놓고 하영이 옷을 싹 다 벗겼다. 화장실 욕조에 알몸인 하영이를 세워둔 채 손, 발은 세정제로 두 번씩 씻기고 목욕을 시켰다. 로션까지 꼼꼼하게 바르고 머리를 말려주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너무 피곤했다. 해로운 간식보다 그들의 시선과 그 시선을 무시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설명하는 과정이 몹시 피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하영이 엄마니까. 우리 하영이가 놀이터에 그렇게 나가고 싶어 하니까. 피곤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아! 다음에는 하영이가 먹을 수 있는 간식도 챙겨 나가야겠다. 다른 아이들에게 나줘줄 수 있도록 간식을 넉넉하게 챙겨야지. 나는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생각할 줄 아는 엄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