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 후 마음은 복잡하고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첫 상담 내용을 개인 블로그에 적어놓은 것이 생각났다. 그때의 일기를 찾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양육 코칭]
놀이 편
바깥 놀이 자주 하기.
책상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도록 하기.
- 힘들고 잘 안되는 경험을 통해 이겨내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역할 놀이에 치중하고 있는 아이니 종이접기, 오리기, 퍼즐 맞추기, 숨은그림찾기 등 일부러 배치해준다.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해도 매일 노출시켜라. 성실히, 잘 수행하면 스티커판 같은 것을 활용해 칭찬해 주고 동기부여를 준다.
가정생활 편
새로운 장소에 왔을 때 거부한다면 차분하게 전달하기.
- "오늘은 이곳에 왔으니 들어갈거야."
말한 후 10분 정도 기다려준다. 아이가 들어간다면 체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엄마는 이거 해 봐야지." 엄마가 먼저 보여준다. 단! 아이에게 호들갑 떨지 않는다. 계속 해보라고 권하거나 유도하지 않는다. 아이가 뒤늦게라도 시작하면 즐겁게 체험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언급한다.
"아까 들어가기 싫다더니 잘 놀더라. 앞으로도 많이 오고 많이 해보자."
아이가 원한다면 선행학습을 시켜주는 것도 좋다.
외식 메뉴를 직접 정하도록 한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직접 주문해보게 한다.
뷔페를 가게 되면 음식을 직접 담아보게도 한다.
마트에 가면 직접 물건을 사도록 한다.
- 단! 개수는 정해주되 아이가 고른 물건을 평가하지 않는다.
옷과 책을 스스로 골라 사거나 입도록 한다.
-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정해진 옷과 신발이 아닌 다양한 옷과 신발 신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전체적인 양육 코칭]
완벽한 엄마를 내려 놓아라.
- 엄마도 실수를 한다. 힘들면 해주지 못할 수 있다. 때로는 아이가 엄마 탓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수다 떨 듯 편하게 엄마에게 털어놓기도 할 것이다.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자극이 높다. 너무 어리게 대하지 말아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라.
엄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해도 좋다.
- "갑자기 네가 울어버려서 엄마가 당황스러웠어. 사람들이 다 쳐다봐서 창피하기도 했어. 아까 왜 운거야?"
"아, 그랬구나. 그렇다면 앞으로는 울지 않고 속상한 마음을 말로 해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가끔 어린이집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을 볼 때면 좀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너는 어때?"
슬쩍 아이의 속마음을 떠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속마음을 말하도록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
- "어떡하지?" 라며 공감은 하되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는다. 때로는 좀 과하게 "엄마가 혼내줄까?" 편을 들어주며 속상한 마음을 해소시켜준다. 단! 아이가 부당한 경우를 당했다면(따돌림, 폭력 등)아이를 보호한다.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
엄마도 아이의 힘든 상황을 견뎌야 한다.
- 어려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에 해결해주고 싶겠지만 참아야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가 아닌 현실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는 엄마, 상처와 힘듦을 함께 이겨내는 엄마가 되어주어야 한다.
변화가 큰 시기(초1, 초4, 중1~2학년)에는 엄마가 좀 더 아이를 살펴봐라.
지난 일기를 읽으며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다. 세상에나! 첫 번째 상담 때부터 아이에게 견디는 힘을 길러주라는 내용이 있었구나. 스스로 직접 경험해보도록 하라는 이야기도 하셨구나. 아이의 힘든 상황을 나도 함께 견뎌야 한다고 하셨구나. 완벽한 엄마를 내려놓으라고 하셨구나. 그렇다면 나는 이 상담 후 도대체 무엇을 한거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감정 읽기만 치중했다. 아이의 감정은 잘 다독이며 따뜻하고 좋은 엄마노릇만 했다. 하지만 잘 자라도록 이끌어주고 가르쳐주지는 못했다. '아이를 키우며 자책은 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어 자책에 몸부림쳤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센터장님의 조언을 까맣게 잊었을까?’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다던 나의 말은 진짜일까?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이가 아닌 나를 돌아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