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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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지?"(p.56)
헨리 키터리지가 아내 올리브에게 묻는다. 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미련을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평생 말하지 못할 슬픔은 올리브에게도 있다.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키터리지 부부 외에도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에는 기존의 관계 밖으로 시선이 닿았던 사람들이 여럿 있다. 결혼은 그들의 외로움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다. 마치 외로움이 그들을 죽이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파도를 견디려는 모습 같았다.
결혼과 외로움. 무척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은 단어인데, 어째서 소설 속에서는 이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외롭지 않기 위해서 결혼한 것 같지만,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분명 울타리 안에 들어서기 전에는 밝고 환하게만 빛나던 '큰 기쁨'이었을 테다. 겪기 전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p.124)에 대해서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보이지 않던 그림자는 부부를 순식간에 휘감는다. 헨리와 올리브에게는 병원에서 인질로 잡혀 있던 날이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관점을 바꿔놓은 그 말들'(p.224)을 내뱉고, 그 밤은 극복할 수 없는 시간으로 남는다. 올리브는 그 일 이후 '내면의 비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늘 눈물을 흘렸'(p.223)다.
하지만 외로움이 반드시 결혼을 갈라놓을 만큼 힘이 센 것은 아니다. 다정한 훌턴 부부는 겨울 음악회에서 우연히 남편이 아내에게 숨겼던 진실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그들은 곧 '서로를 빼면 그들에겐 아무것도 없'(p.251)다는 것을 깨닫는다. 절대로 사과하는 법이 없는 올리브도 헨리가 요양원에 입원한 이후, 매일 그를 찾아가는 '성녀'와 같은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선량함(사랑)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p.483)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삶은 정말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코 이해받지 못하고, 배신당하고, 이별하며, 죽음으로써 헤어지기도 한다. 치즈 조각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자리에 찾아오는 것은 외로움과 고통, 슬픔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전지전능하게 운명을 바꿀 수는 없으며, 나에게는 고작 땅이 얼기 전에 튤립을 심을지 결정하는 능력만 주어져 있다. 이를 깨달은 올리브는 다시 사람을 만나 사랑을 갈구하고 삶을 이어간다. '꼭 눌러 붙여놓은 스위스 치즈 두 조각'(p.484)처럼 울퉁불퉁 할지라도, 이제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하루하루를 낭비할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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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텍스트, 사진 설명) 회색 천 위에 책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책 왼쪽 위로 노란꽃이 열 송이 남짓 달린 나뭇가지가 있다. 책 표지에는 올리브색에 여러 이파리가 그려져 있고, 'Olive Kitteridge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ㅣ권상미 옮김'이라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