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도전기] ‘골격근량 45.1kg, 체지방률 8.9%’ 세상에?
#크로스핏 #크로스핏은처음입니다만
나는 일단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컨디션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다가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곤 했다. 너무 많은 일을 한 번에 다 잘하려고 했다. 그러다 몽땅 망쳐버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나서야,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사흘 내내 고민하다가 챌린지 접수 마지막 날 신청 버튼을 눌렀다. 신청서 양식에 골격근량과 체지방률의 before와 after를 측정하는 것이라며 예시 이미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골격근량 45.1kg, 체지방률 8.9%’
세상에?! 김연아 님 선수 시절 체지방률이 9% 정도 아니었나? 예시는 아마도 코치 중 한 명, 그러니까 크로스핏 선수라서 그런 거겠지 하고 놀란 마음을 가라앉혔다. 당시 나의 체지방률은 30%에 가까웠다.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다이어트 챌린지 접수를 끝냈다.
챌린지에 참여하기로 선택한 이상, 일주일에 세 번만 운동할 수는 없었다. 내가 속한 ‘ㅇㅇㅇ 오전반’ 챌린지 단톡방에 코치가 매주 숙제로 할 운동을 올려주었다. 갑자기 매일 크로스핏 와드를 하러 가면 몸살이 날까봐 걱정이 되었다. 센터에 가지 않는 화 목요일에 숙제를 하기로 했다. 숙제 중 대부분은 운동 기구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종류였다. 다행히 한 가지는 기구가 없어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크로스핏의 세계에 한 발 더 발을 들여놓았다.
1주차 숙제는 버피 150번. 버피는 스무 번씩 끊어서 중간에 잠시 휴식하면서 했는데, 횟수가 스무 개씩 쌓일 때마다 내 얼굴도 두 배로 달아올랐다. 2주차 숙제는 줄넘기-맨몸 스쿼트-줄넘기-휴식을 각 3분씩 총 2세트. 채워야 할 개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3분 내내 줄넘기를 해야 한다. 와이어 줄넘기에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해서 조금은 만만하게 보았다.
물론 실제 해보기 전의 이야기다. 3분 동안 두세 번 걸리면서 넘으니 200개를 훌쩍 넘겼다. 25분 안에 줄넘기를 약 1,000개, 스쿼트를 150개 정도 하게 되는 숙제였던 것이다. 두 가지 숙제 다 1시간씩 운동한 게 아닌데도 숙제를 하고 나면 굵은 땀이 뚝뚝 떨어졌다.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자던 다짐은 챌린지 마지막 주가 되자 완전히 무색해졌다. 그때부터는 운동도 매일 갔다. 월경 둘째 날이었던 화요일만 빼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닷새 연속 센터에 갔다. 그다음 주 수요일이 챌린지 마지막 날이었다. 하필 화요일이 결혼기념일이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날을 그냥 넘기기 애매했다.
음식점을 예약해서 맛있는 코스요리를 시켜 먹었다. 지난 3주간은 거의 샐러드와 방울토마토, 두유, 삶은 달걀, 요거트, 견과류를 주로 먹었다. 나름 위에 부담을 줄여본다고 생선과 닭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시켰다.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집 앞에서 줄넘기를 천 개 하고, 집에 들어와서 두꺼운 요가 매트 위에서 버피를 백 개 했다.
이쯤 되니 내 안에서도 질문이 솟아올랐다.
‘살면서 운동 이렇게 많이 한 건 처음이잖아. 너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
- 크로스핏에도 물론 세계 대회가 있습니다. 월드컵 예선, 본선, 결승전까지 차례로 진행하듯이요.
- 전 세계에 있는 크로스핏 선수들이 똑같은 와드로 경쟁을 하게 되어요.
- 오픈: 예선전이고요. 소속 국가 내 상위 10퍼센트 순위 안에 들면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해요.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쿼터 파이널: 준준결승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다음 라운드 가려면 30등 이내에 들어야 해요.
세미 파이널: 각 대륙별로 선수들이 모여서 경기를 하고요. 결승에 가려면 적어도 2등안에 들어야 해요.
게임즈: 타 대륙의 1, 2위와 겨루는 결승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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