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마지막 날. 6시 반 운동을 가면서 진지하게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크로스핏을 하는 걸까. 그날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파트너와 함께 헉헉대고 달리면서, 밴드 두 개는 걸어야 겨우 철봉 위로 턱이 올라갈까 말까 한 내 몸을 끌어올리면서, 넘어지지 않겠다고 매번 주문을 외며 박스 앞에서 뛰어오르면서…… 나는 계속 고민했을까?
아니다. 와드를 하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크로스핏을 계속하는 첫 번째 이유다. 평소에는 회사 일을 하면서, 유치원에서 오는 전화도 받고, 아이의 학교 준비물도 확인하고, 냉장고에 식재료가 뭐가 떨어졌는지 생각한다. 운동할 때를 빼고는 언제나 동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처리한다. 그래서 이렇게 자세를 잘 잡는 일과 횟수를 세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순간만큼은 크로스핏 한 가지만 할 수 있다. 운동하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진다.
챌린지 마지막 날의 와드가 끝나고,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센터에 있는 인바디 기계에 올라갔다. 한 달 동안 골격근량이 1.6kg 늘고, 체지방률이 8% 줄었다! ‘이렇게까지’ 한 만큼 몸에 변화가 있었다. (글쓰기와는 다르게) 비교적 단기간에 맹렬하게 노력하면 눈에 보이게 바뀐다는 것이 즐거웠다. 챌린지가 끝나면 일주일에 세 번으로 다시 운동량을 줄이겠지만, 언제든 다시 열심히 하면 몸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성취감을 얻었다. 유산소와 근력이 결합된 운동인 만큼 최대한의 효율로 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크로스핏을 하는 두 번째 이유다.
크로스핏을 하는 세 번째 이유! 서로 응원하며 친해지는 운동이라는 것. 오전반은 늘 화기애애하다. 사람들끼리 무척 사이가 좋아 보인다. 처음 크로스핏을 등록할 때 코치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여기 오전반 분위기가 엄청 좋아요. 다 같이 친하게 지내고요.”
다른 사람들은 와드가 끝나고 나면 남아서 더 운동하고, 커피도 마셨다. 하지만 나는 늘 7시 반 즈음 수업 끝나면 씻고 회사 가기 바빴다. 출근 시간을 바꿀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챌린지 마지막 날 저녁에는 ㅇㅇㅇ 오전반 모임이 있었다. 그간의 아쉬움을 쓸어내는 자리가 되리라! 처음으로 참석하는 모임이라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두근거렸다. 눈 인사만 했던 사람들과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는 첫 만남이었다. 샐러드만 먹다가 위에 술을 부었더니 굉장히 취하기는 했지만, 술만 아니라 재미도 꿀꺽꿀꺽 술술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크로스핏이 혼자 하는 운동이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보통 두 명이 짝지어 하는 와드가 많다. 내 차례가 돌아오면 파트너가 개수를 세어준다. 힘들어 보이면 파이팅도 외쳐주고, 턱걸이를 하거나 바벨을 들 때는 뒤에서 받쳐준다. 나 혼자 애쓰는 것이 아니고, 내 옆에서 파트너가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에 늘 기운이 난다. 새로운 사람을 환대하는 센터에 다니게 된 것도 다행이었다.
다치지 않고 앞으로 크로스핏 5년 다녀보기. 새로 세운 장기 목표다. 글쓰기도 2018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으니, 크로스핏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크로스핏은 처음입니다만>은 어떤 제목으로 바뀔까? 여러분, 5년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많관부.